유엔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 절차중 피해자 증언과 상반된 주장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북한이 5년 만에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인권 상황을 점검받는 자리에서 정치범과 관련 수용시설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등 많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배치되는 주장을 폈다.
북한 대표단은 7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 절차에서 사법·교정 분야에서 인권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UPR은 유엔 회원국 193개국이 돌아가면서 자국 인권 상황과 권고 이행 여부 등을 동료 회원국에 심의받는 제도로, 이날 북한은 2019년 이후 5년 만에 심의를 받았다.
탈북 과정에서 붙잡혀 북송된 이들이 '관리소'로 불리는 정치범 수용소나 교정시설인 교화소 등지에서 고문과 학대, 성폭력 등 심각한 인권 유린을 겪는다는 많은 탈북자의 증언을 토대로 유엔 회원국들의 개선 요구가 잇따랐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대표단 수석대표인 조철수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가 중앙재판소 디렉터(Director)라고 소개한 박광호 국장은 이날 사법 분야 답변에서 "공화국에는 정치범도, 정치범 수용소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 이른바 정치범 수용소를 운운하는데 우리 형법과 형사소송법에는 정치범이나 정치범 수용소라는 표현이 없으며 반국가범죄자와 교화소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반국가범죄자들은 적대세력이 들여보내는 간첩·테러 분자, 공화국 파괴 책동을 일삼는 자들로서 그 수는 얼마 되지 않으며 그런 자들도 일반 범죄자들과 분리한 교화소에서 교화시킬 뿐이다"라고 언급했다.
정치범 수용소나 교화소에서 온갖 고문·학대를 겪은 경험을 국제사회에 알린 다수 탈북자에 대해서는 "비법적으로 국경을 넘는 이들 중 대다수는 훈계하고 다시 안착할 수 있게 돌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악행을 일삼다가 쫓겨난 자들과 조국을 배반하다 못해 전복하려는 '인간쓰레기'들도 있다. 이들은 준엄한 심판을 결코 면할 수 없다"고 했다.
박 국장은 "교화소 폭행 문제가 심각하다는 주장은 무근거하며 교화소 질서를 준수하지 않는 교화인들에 대한 처벌을 이해하지 못해 그러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런 발언이 나오자 UPR 현장에서 참관하던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인권 참상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 북한 측 태도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북한에 완전 통제구역으로 관리되는 정치범 수용시설을 전면 부인하고 교화소에서 인권적 대우를 해 준다는 건 철저한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며 "북한 내부의 인권 실태를 객관적으로 알리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이자 인권단체 북한인권증진센터 대표인 이한별 위원은 "북한에서 정치범은 '관리소'로 보내지는데, 비밀 운영이 되기 때문에 시설명 없이 번호만 매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탈북자 출신인 이 위원의 친오빠는 2009년 정치범 수용소로 들어갔고, 북한으로부터 생사 확인을 거부당한 상태다.
이 위원은 "이번 UPR에서 북한이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말도 하던데 실제로는 신앙을 미신으로 규정하고 신자를 색출하는 포고문을 종종 배포한다. 북한이 내놓은 주장은 너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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