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 최루탄 발포 해산…인터넷 접속 제한도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 16∼20일 특별정상회의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아프라키 남부 모잠비크 수도에서 지난달 9일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8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매체 뉴스24 등에 따르면 전날 모잠비크 수도 마푸투에서 수천명이 집권당 후보가 승리한 대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진압 군경에 돌을 던지고 타이어와 쓰레기통에 불을 붙여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중무장한 군경은 장갑차를 앞세워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했고 마푸투의 상점과 은행, 학교는 하루 문을 닫았다.
이 도시에서 가장 큰 마푸투중앙병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최소 3명이 숨지고 6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상자는 대부분 25세에서 35세 사이였으며 15세의 어린 부상자도 있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모잠비크 당국은 시위와 선동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인터넷 접속도 제한하고 있다고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전했다.
인접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경관리청(BMA)은 모잠비크 내 소요를 이유로 동부 접경의 레봄보 국경검문소를 차단했고, 국제관계협력부(외무부)는 남아공 국민에게 모잠비크 여행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남아프리카 16개국의 모임인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는 16∼20일 짐바브웨 하라레에서 특별정상회의를 열고 모잠비크 상황을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 대선에서 2위로 패한 베난시우 몬들라느 무소속 후보는 7일을 '모잠비크 자유의 날'로 선언하고 수도 마푸투에서 항의 시위를 하자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정정 불안 이후 모잠비크를 떠난 몬들라느 본인은 정작 시위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그는 지난 6일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5천개 이상의 메시지를 받았는데 99%가 마푸투에 가지 말라는 내용이었다"며 "지지자들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구체적인 날짜를 밝히지 않은 채 남아공에서 암살당할 뻔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잠비크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집권당 프렐리모(모잠비크해방전선)의 다니엘 샤푸 후보가 대선에서 70.6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이후 1975년 포르투갈에서 독립한 뒤 50년 가까이 장기 집권 중인 프렐리모의 집권 연장에 반대하는 야권과 지지자들의 분노가 커져 시위로 번졌다.
20.32%로 낙선한 몬들라느는 이에 승복하지 않고 자신이 승리했다고 주장하며 연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정 선거 항의 시위와 파업을 촉구하고 있다.
HRW에 따르면 선관위의 당선인 발표 전후로 벌어진 시위와 진압 과정에서 최소 30명이 사망했다. 현지 인권단체는 사망자 수를 34명으로 집계했다.
독립 이후 친공·좌익 성향의 프렐리모와 반공·우익 성향의 최대 야당 레나모 간 갈등으로 1977년부터 내전을 겪은 모잠비크는 1992년 내전 종식 이후에도 여야 갈등으로 정세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로 평가되지만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603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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