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를 기술강국으로…'K-반도체 아버지' 강기동 박사

입력 2024-11-10 07:20  

황무지를 기술강국으로…'K-반도체 아버지' 강기동 박사
경기 부천 '한국반도체' 설립…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발판 마련
위기감 커진 국내 반도체 산업…강기동 'C-MOS' 정신 필요
연합뉴스 주최 제1회 미래경제포럼'에서 영상 축사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1970년대 경기도 부천의 '한국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반도체의 전신이기도 한 이곳은 한국 반도체의 아버지로 불리는 강기동 박사(90)가 세운 곳이다.
황무지 같았던 대한민국에 반도체 산업의 싹을 틔우고, 현재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이라는 쾌거 달성의 배경에는 강 박사의 반도체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있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58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그는 오하이오주립대학 반도체연구소를 설립하는 핵심 요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1962년 모토로라에 입사했다. 그의 첫 직장이다.
강 박사는 미국 첨단 무기 개발에 필요한 트랜지스터와 반도체를 개발·공급하는 데 핵심 기술자로 합류했다.
1969년까지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모토로라 피닉스 애리조나에서 근무하며 8년간 반도체 표면연구 책임자로 C-MOS(상보성 금속 산화물 반도체) 양산 기술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미국 반도체 회사 페어차일드가 C-MOS를 만들었지만, 반도체 표면에서 발생하는 결함으로 적정 수율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N-MOS(N-채널 금속 산화물 반도체) 공정이 그대로 유지됐다.
강 박사는 군사용 통신기와 계측기는 휴대 가능해야 하고, 효용성을 위해 저전력이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서는 작은 크기, 낮은 열 발생, 높은 집적도와 높은 수율이 필수였다.
강 박사는 반도체 표면연구를 통해 양산과 실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C-MOS 공정 기술을 만들어냈다.
지금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주요 칩 대부분은 C-MOS 기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그가 세계적인 반도체 기술자라는 칭호도 얻은 이유다.

모국에 기여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한국에 돌아온 강 박사는 1973년 2월 한국반도체 사업계획을 작성한 뒤 부지 조성을 위한 첫 삽을 떴다.
1년이 더 지난 1974년 10월, 3인치 웨이퍼에 전자회로 식각 등 전체 공정으로 제조하는 공장이 마침내 준공됐다.
한국반도체 공장은 약 300명의 기술자, 기능공 등의 인력과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모두 제조할 수 있는 데다가, 당시 미국 반도체 업체보다도 더욱 최신화된 설비를 갖췄다.
강 박사는 이곳에서 전자 손목시계용 시계 칩 KS-5001을 개발하고, 음성신호 복원용 톤 디코더 ICII-1005도 생산했다.
KS-5001은 1M D램에 해당하는데 이 소자는 C-MOS 공정으로 양산·상용화에 성공한 세계 최초의 C-MOS 시스템 반도체다.
특히 이 공장은 현재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발판이 됐다.
1974년 12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했고, 2년 후 삼성이 추가로 50%를 인수해 '삼성반도체'라는 이름으로 운영됐다.
그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C-MOS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한국 반도체 산업에 씨앗을 뿌렸다.
대한민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는 그의 'C-MOS 정신'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최근 국내 반도체 산업은 미중 패권 경쟁과 후발주자들의 추격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이 위기를 기회로 삼고 기술 초격차를 다시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2의 강기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기동 박사는 오는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 주최로 열리는 '제1회 미래경제포럼'에서 영상 축사를 할 예정이다.
미래경제포럼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 태동 50주년을 맞아 반도체를 키워드로 한국 첨단산업 현황과 과제를 조명한다.

burn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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