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력 입장 밝히면서도 진보 정책 '뒤집기' 경고
차기 대권 의식한 주지사들, 민주당 리더십 공백에 존재감 부각 기회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앞으로 시행할 보수 정책에 벌써 저항 의지를 다지고 있다고 CNN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매사추세츠, 뉴욕주 등의 민주당 주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낙태권, 환경, 총기, 이민 등 분야에서 보수 정책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대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주지사 중 다수는 민주당의 차기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CNN은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하고 상원 다수당 지위까지 잃어 뚜렷한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2028년 대선을 염두에 둔 야망 있는 민주당 주지사들에게는 트럼프 2기가 지도력을 입증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7일 주의 진보적인 정책을 지키겠다며 주의회에 12월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다.
뉴섬 주지사는 "우리가 캘리포니아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자유가 공격받고 있으며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이런 뉴섬 주지사를 두고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뉴섬 주지사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캘리포니아를 죽이려고 한다"며 캘리포니아의 투표법, 차량 배출가스 규제, 노숙자 문제, 고물가 등을 비판했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낙태 시술을 받으려고 일리노이를 방문하는 여성을 보호하고, 환경 규제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추방 노력에 협조하지 않는 주에 연방 보조금 집행을 보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지난 7일 기자들에게 "내 사람들을 노린다면 나를 먼저 통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였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전날 "그들이 혐오스러운 의제를 미네소타주로 가져오려고 하는 순간 난 우리가 이곳에서 살아온 방식을 지키기 위해 맞설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낙태권, 기후변화, 총기 규제와 노동권을 지목하고서 "미네소타는 항상 폭풍에서 안식처를 마련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지난 7일 기자들에게 "뉴욕시민들이 오랫동안 누려온 권리들을 앗아가려는 워싱턴(미국 수도)의 의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티샤 제임스 뉴욕 주법무장관도 성명에서 그간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비해왔다면서 "우리는 다시 저항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마우라 힐리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지난 7일 MSNBC 인터뷰에서 매사추세츠의 경찰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을 절대 돕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민주당 주지사들은 경고장을 날리면서도 협력 의사를 밝히는 등 덜 전투적인 태도를 취했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전날 주정부 회의에서 "우리는 필요한 경우 새 백악관에 저항할 준비가 됐다. 하지만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지점에서는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무어 주지사는 메릴랜드가 수도 워싱턴DC 및 연방정부와 밀접한 관계이고 연방정부가 메릴랜드의 최대 고용주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지난 6일 성명에서 "난 그(트럼프)가 그에게 투표하지 않았거나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포함해 사람들을 통합하려고 하면서 이끌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휘트머 주지사는 "새 행정부의 성공을 응원하고 결과를 내기 위해 계속 함께 노력하자. 우리는 미국인이고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당부했다.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성명에서 주지사로서 보호해야 할 자유를 위해 행동하는 것을 "절대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그는 "이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는 통치할 때다. 함께 노력하고, 타협하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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