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달항아리 모양의 '바나나맛우유'

입력 2024-11-11 06:30  

[인&아웃] 달항아리 모양의 '바나나맛우유'
"디자인이 브랜드"…국가문화유산 등재 추진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 코카콜라의 비주얼 이미지 중 대표적인 것이 빨간 배경색에 흰 필기체로 된 로고다. 이에 못지않은 게 콜라액을 담은 '컨투어병'(Contour Bottle)이다. 코코아 열매에서 착안한 콜라병 모양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했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1953년 코카콜라병을 자신의 작품에 처음 등장시켰고,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도 <210개의 코카콜라병>이란 제목의 팝아트 작품을 선보였다.



'메릴린 먼로의 잠옷'으로 불리는 향수 <샤넬 No.5>는 1921년 출시됐다. 프랑스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샤넬 No.5>를 제작하면서 용기 디자인을 단조로운 라인과 미니멀한 직사각형으로 갈무리했다. 당시 화려한 디자인과 복잡한 장식이 유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이었다. 이 용기 디자인은 샤넬의 연인이자 후원자인 아서 에드워드 카펠의 집에서 본 위스키 디캔터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것이다. 최소한의 라인만을 지닌 투명한 병은 향수 색조를 극대화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용기의 공통점은 고유한 디자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는 점이다. 용기는 이제 내용물을 담는 용도를 넘어 브랜드가 지닌 철학과 비전, 가치까지 담는다. 수많은 경쟁 제품과의 승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만큼 비즈니스적 통찰력도 담아내야 한다. 코카콜라 회사는 1960년대 콜라병을 미국 특허청에 상표 등록함으로써 코카콜라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했다. 전 세계인이 인정한 콜라병의 디자인은 기업 이미지를 제대로 마케팅해 줄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식품기업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 용기의 국가등록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바나나맛우유는 1974년 출시됐으며, 용기 형태는 50년간 유지돼왔다. 조선 후기 도자기인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한 용기 모양은 고급 제품의 이미지 표현을 위해 디자인됐다고 한다. 달항아리를 만들 때 위·아래 사발을 따로 빚어 접합하는 것처럼 바나나맛우유 용기도 상·하부 컵을 따로 만들어 붙이는 게 특징이다. 앞서 2016년에는 용기 모양을 상표권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국가등록문화유산은 제작된 지 50년 이상 된 근현대 문화유산 중 보존·활용이 필요한 것을 국가유산청이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록한다. 최근에는 문화재 외 오래된 간이역이나 차량·장비, 옛 영화나 만화·문학 작품 원고, 반도체, 세탁기 등 등재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포니1(553호), 국내 최초의 세탁기인 금성세탁기(562호), 삼성전자 반도체 64K DRAM(563호) 등이 국가문화유산이 됐다. 앞으로도 이 같은 사례가 자주 나오기를 기대한다.
jo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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