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제1야당 급진좌파연합 내홍 격화…결국 분당될 듯

입력 2024-11-11 21:10  

그리스 제1야당 급진좌파연합 내홍 격화…결국 분당될 듯
카셀라키스, 대표 선출 14개월만에 신당 창당 선언
억만장자면서 좌파 정당 대표…당 노선과 충돌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2015∼2019년 그리스 집권 여당이었던 좌파 정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내홍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분당이 기정사실로 됐다.
11일(현지시간)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테파노스 카셀라키스(36) 전 대표는 지난 9일 시리자를 탈당해 신당을 창당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가칭 '민주주의·자유시민·진보의 운동'을 창당할 것이라며 시리자 소속 의원 4명을 데리고 당을 떠났다.
이에 따라 시리자의 의석수는 다른 중도 좌파 정당인 변화운동(PASOK-KINAL·이하 파속)과 동일한 31석으로 줄어들어 제1야당의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리스 정치평론가인 스텔리오스 쿨로글루는 "많은 사람이 구세주로 여겼던 카셀라키스는 결국 당의 무덤을 판 자로 기억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현지 정치권에서는 나날이 깊어지는 시리자의 내홍을 두고 예견된 사태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9월 시리자의 새로운 당 대표로 선출된 카셀라키스는 14세에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쭉 미국에서 생활한 그리스계 미국인이다.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국제관계학과 재무학을 전공하고 골드만삭스의 금융 상품 위험 관리 부서에서 일했다. 이후 워싱턴 전략국제연구센터를 거쳐 해운업에 뛰어들었고 수억달러의 자산을 일궜다.
반(反)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당의 핵심 노선과 대척점을 이루는 경력을 지닌 그가 지난해 9월 시리자 대표로 선출된 이후 당은 심각한 노선 갈등을 겪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시리자의 중진 의원 11명이 탈당해 신좌파당을 창당했다. 올해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당내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시리자의 지지율이 파속보다 떨어지자 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9월8일 그를 당 대표직에서 해임했다.
그는 이의를 제기하며 오는 24일 열리는 차기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지만 중앙위는 그의 출마를 허가하지 않았다.
탈당을 선언한 그가 자신을 따르는 의원들과 함께 신당 창당 작업에 나서면서 시리자의 내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카티메리니는 카셀라키스가 신당이 교섭단체 구성 요건(10석)을 갖출 수 있도록 추가 탈당을 유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셀라키스는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친기업가적인 입장을 자주 표명해 당원들의 불만을 샀다. 그의 호화로운 라이프스타일도 지지자들이 등을 돌린 요인이었다.
그는 동성애자로 미국인 간호사와 결혼했다. 공개 동성애자가 그리스 정당 대표가 된 건 그가 처음이었다.
베테랑 좌파 작가인 조르고스 카렐리아스는 전날 온라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이번 사태를 희대의 블랙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리스 현실과 무관하고 좌파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 현대 그리스 역사상 가장 큰 좌파 정당의 지도자가 됐다"며 "한때는 모두 그를 환영하며 자신을 구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그의 실체를 알게 된 이후에는 당 대표 입후보를 금지했다"고 꼬집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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