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저해지 비중 롯데손보 36%로 가장 높아…DB·현대·KB 해지율 높게 설정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금융당국이 최근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이 많은 곳과 미래 해지율을 높게 가정한 일부 보험사의 실적 충격이 클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손해보험사의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을 분석한 결과 롯데손해보험[000400]은 10개 중 4개를 무·저해지 상품으로 판매했다. DB손해보험[005830], 현대해상[001450], KB손해보험 등은 미래 해지율을 높게 가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체 인(人)보험 시장에서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월납 초회보험료 기준)은 지난 3분기 기준 62.2%를 기록했다.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은 작년 1분기만 해도 33.2%에 그쳤으나 작년과 올해 꾸준히 늘어 최근 60%를 넘어섰다.
무·저해지 보험은 납입 기간 중 해지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어 보험료가 일반 보험상품보다 10∼40% 저렴하다. 보험사들은 무·저해지 상품과 관련해서 해지가 많을 것으로 가정해서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별 기업별로 보면 국내 11개 손보사 가운데 전체 보장성 원수 보험료 중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손해보험이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 롯데손해보험의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은 36.14%였다. 이어 하나손해보험(36.03%), MG손해보험(29.83%), 삼성화재[000810](20.77%), 흥국화재[000540](20.46%), DB손해보험(18.7%) 등도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일부 손보사들은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 가정과 관련해서도 현실과 동떨어지는 높은 수준의 해지율을 책정했다. 향후 고객들이 계약 해지를 많이 해서 미래에 나갈 보험금 지급액이 매우 적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올해 각사에서 판매한 어린이 종합보험(무·저해지형)의 납입완료 시점 수렴 해지율(특정 시점 이후 고정되는 해지율)을 살펴보면 20년납 기준 DB손보 2.5%, KB손해보험 2.5%, 현대해상 1.7%, 롯데손보 1.4% 수준으로 나타났다.
DB손해보험의 경우 납입기간 중 11년차부터 19년차까지는 2.5%로 적용하다가 마지막 20년차에 0%로 급감하는 방식을 택했다. KB손해보험 상품은 해지율을 17년차까지 2.5%로 적용하다가 만기 시점 직전 3개년간 크게 떨어뜨렸다.
이들 보험사는 경험통계가 있는 5년차 내외까지는 해지율을 점진적으로 떨어뜨렸지만, 그 이후로는 해지율을 자의적으로 높게 설정했다. 반면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만기 직전까지 고정적으로 해지율을 적용하지 않고 지속해 해지율이 낮아지도록 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설계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연말 결산부터 무·저해지 보험 납입중 해지율 산출 시 완납 시점 해지율이 0.1%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 모형으로 적용하기로 하면서, 보험사의 특별한 사정에 따라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면 선형-로그 모형이나 로그-로그 모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이에 일각에서는 다수 회사가 단기 실적 악화를 우려해 예외모형을 선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금감원은 11일 이세훈 수석부원장 주재로 주요 보험사와 회계법인 경영진 간담회를 열고 보험사들에 예외모형 선택을 자제하라고 경고하고, 필요시 보험사 대주주와 직접 대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이 떨어지는 폭이 로그-선형 모형보다 큰 롯데손보, DB손보, 현대해상 등은 CSM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해지율 관련 핵심은 원칙이냐 예외냐가 아니라 새 보험회계기준(IFRS17)의 악용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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