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장관 "구조적으로 멕시코가 유리"…트럼프 1기 정부 때도 전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부과 위협에 '맞불 관세' 가능성을 예고하면서, 8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린 듯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멕시코 라디오 방송 '라디오포르물라'에 따르면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전날 라디오포르물라와의 인터뷰에서 "멕시코와 미국의 경제 통합이라는 핵심 가치를 안전하게 지킬 것"이라며 "(미국에서)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도 관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임 정부에서 5년간 외교부 장관을 지내며 미국 측을 상대로 수시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에브라르드 장관은 미국이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추진하는 동시에 멕시코와의 교역 비용을 높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멕시코 경제장관은 이어 "유세 기간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이 직면한 문제를 놓고 멕시코를 비난했지만, 멕시코는 미 행정부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준비가 돼 있다"며 "요점은 그(트럼프)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고, 구조적으로 우리가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 및 마약 유입 등과 관련해 미국과 긴밀히 논의하며 보조를 맞출 수 있다'는 취지의 지금 같은 스탠스를 유지하면서도 통상 분야에서만큼은 충격을 중화시킬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셰인바움 멕시코 정부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멕시코는 앞서 '트럼프 1기 정부' 때에도 비슷한 기조의 반응을 보인 바 있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후 국경 장벽 설치 등 문제를 놓고 멕시코를 압박하다 2018년 5월에 철강·알루미늄·농축산물 등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전 정부는 곧바로 강한 비판과 함께 '보복 관세'로 맞대응했다.
멕시코 전 정부는 특히 "미국이 먼저 보호주의 정책을 철회할 때까지 우리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역설하면서, 트럼프 및 공화당 지지층이 몰려 있는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제품군을 위주로 관세 부과 품목을 설정하기도 했다.
미 농무부는 보고서에서 '당시 멕시코로의 미국산 농산물 수출이 타격을 입었고, 그 규모는 26억 달러(3조6천억원 상당)에 이른다'고 분석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이후 양국 긴장은 3개월 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양자 협상 타결로 일단락됐다.
2018년 12월 취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전 대통령의 경우엔 "멕시코를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의 흐름이 멈출 때까지 모든 멕시코 수입품에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으름장'을 강력한 이민자 단속 정책으로 잠재우면서 임기 내내 비교적 순조로운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미국 입장에서 멕시코는 최대 무역 대상국이다.
멕시코 경제부와 미국 통계국 자료를 보면 멕시코는 지난해 기준 4천756억 달러 상당의 상품을 미국에 수출해, 중국을 제치고 대미 수출액 1위를 차지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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