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격차해소·안정화도 시급…적절한 과세 제도 논의해야"
(세종=연합뉴스) 박재현 송정은 기자 = 글로벌 선진그룹으로 도약한 우리 경제의 이면에 자리 잡은 '양극화'에는 임금 불평등과 자산격차 확대 등 구조적 요인이 짙게 깔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교육기능 개선, 부동산 자산시장 안정화 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 5분위 근로소득 8.3%↑·1분위는 7.5%↓…코로나로 벌어진 자산 격차
명목임금 상승 속에 임금 불평등은 악화하는 추세다.
14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04만8천원으로 전년보다 9만1천원 증가했다. 정규직 근로자는 379만6천원으로 17만3천원 늘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차이는 174만8천원이었다. 이는 역대 가장 큰 격차다.
지난 2분기 가계동향 조사에서도 5분위(소득 상위 20%)의 근로소득은 작년 동기보다 8.3% 늘어났지만 1분위(하위 20%)의 근로소득은 7.5% 감소했다.
게다가 월급보다 물가가 더 빠르게 높아진 탓에 가계의 실질소득은 쪼그라들어왔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022∼2024년 실질소득이 평균적으로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났다"며 "소득 증가 속도보다 물가 상승이 더 빨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로나19 기간 자산시장이 과열되면서 부의 불평등도 악화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습 자본주의(부의 대물림)도 양극화 원인으로 작용해왔다"며 "노동소득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자산을 증식하는 게 빠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동산 분야와 관련한 규제 등이 기득권에 유리한 쪽으로 짜여왔다"고 했다.
◇ "노동에 상응하는 임금수준…직업교육과 시장진입 기회 늘려야"
소득 양극화 해소의 첫 단추를 물가와 노동에 상응하는 임금 수준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임금과 소득을 노동과 상응하게 끌어올려야 한다"며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은 임금 외에 수당과 인센티브에도 제약이 없는 반면 근로자는 임금이 물가상승률만큼도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하준경 교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간 격차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생태계와 노동시장 교육 차원의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시장에 진입할 기회의 확장과 적절한 재교육·재훈련도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하준경 교수는 "선진국에 비해 직업교육과 기술교육 등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에 들어가는 예산이 작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윤인진 교수도 "청년층에 기회를 더 많이 주고 생산성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며 "공적 분야에서 일자리나 인턴십 기회를 늘려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징검다리로 삼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민간기업이 인턴을 고용하면 비용을 국가가 분담하는 방안도 하나의 정책적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복지지출 확대만으로 양극화 해법을 찾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취약계층을 뒷받침하는 복지정책과 계층이동을 활성화하는 양극화 해법은 다른 개념이라는 점에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지출은 양극화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자산 양극화는 결국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윤인진 교수도 "복지를 통해 불평등 개선하는 건 '낙인효과'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석 실장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적절한 과세 제도를 도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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