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해자 86%, 직접 이체"…피해 위험 개인계좌 거래 제한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싱가포르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사기범 등에게 송금할 수 없도록 개인 은행 거래를 제한하는 권한을 경찰에 부여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한다.
13일 현지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급증하는 디지털 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사기방지법안'을 11일 의회에 제출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세계 최초로 증거가 있음에도 사기를 당하지 않았다고 완고하게 주장하는 피해자의 은행 계좌를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경찰이 갖게 된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경찰은 사기범으로 의심되는 자에게 자금을 이체할 것으로 판단되거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은행에 '제한 명령'을 내려 송금, 현금자동출납기(ATM) 이용 등 개인 계좌 거래를 막을 수 있다.
제한 명령은 전화, 문자 메시지 등 디지털·통신 채널을 통해 이뤄지는 사기 사건에 대해서만 발부되며, 최대 30일간 효력이 유지된다. 최대 5회까지 연장할 수 있어 최대 지속 기간은 6개월이다.
거래가 제한된 경우에도 청구서 납부, 생활필수품 구매 등 합법적인 목적으로는 계좌에 접근할 수 있다.
경찰은 사기 위험이 없다고 판단되면 30일 이전에 명령을 취소할 수 있다.
정부는 사기 피해자를 설득할 다른 방도가 없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제한 명령이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무부는 싱가포르에서 매일 약 200만 싱가포르달러(약 21억원)의 사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무부는 여러 방지 조치에도 올해 상반기 보고된 사기 피해자 86%가 자발적으로 사기범에게 송금했으며, 일부 피해자는 경찰이나 가족, 은행 등으로부터 사기라는 말을 듣고도 송금을 고집했다고 덧붙였다.
내무부는 지난 8∼9월 공청회에서 90% 이상이 이 법안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개입하는 대신 개인이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고, 권력 남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