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패배예감에 유세 포기…前정부 출신 정치인 60여명 출마 접어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정치권 부패 등으로 2년여 전 국가부도 사태를 겪은 인도양 섬나라 스리랑카에서 14일(현지시간) 총선이 치러졌다.
투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실시됐다.
유권자 1천700여만명을 대상으로 치러진 총선에선 임기 5년의 단원제 국회 의원 225명을 비례대표제로 뽑는데, 8천800여명이 출마했다.
개표는 투표 종료 직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개표 결과는 다음날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이번 총선은 지난 9월 대선에서 당선된 아누라 디사나야케 대통령이 국회를 조기 해산한 데 따른 것이다.
직전 대선에서 3% 득표에 그친 디사나야케는 좌파 성향 정당 인민해방전선(JVP) 주도의 정치연합 국가인민동맹(NPP) 후보로 나서 42%의 득표율로 대선 재수에 성공했다.
디사나야케는 대선 과정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대처와 경제정책 실패로 2022년에 야기된 경제위기를 계기로 확보한 젊은층 등의 지지로 승리했다.
경제위기는 생필품 부족 등에 따른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고, 고타바야 라자팍사 당시 대통령은 2022년 5월 국가부도(채무불이행) 선언 후 해외로 달아난 뒤 하야했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부패 척결뿐만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과 재협상을 통한 긴축정책 개선 등 일련의 개혁 공약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긴축정책은 직전 대통령 라닐 위크라메싱게가 작년 3월 IMF로부터 29억달러(약 3조9천억원)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고 IMF 요구로 증세와 에너지 보조금 폐지 등을 해온 것을 말한다.
하지만 NPP가 2020년 8월에 치러진 직전 총선에서 고작 3석 확보에 그친 상태로는 개혁 추진이 어렵게 됐다.
디사나야케는 라자팍사 가문 정당인 스리랑카인민전선(SLPP) 등 부패한 기득권 정당에 의해 국회가 장악된 상황을 타개하고자 취임 직후 국회를 조기 해산했다.
결국 이번 총선에 대한 관심은 NPP가 과반의석을 차지해 대통령의 개혁 의제를 추동할 수 있느냐로 모인다.
대다수 전문가는 2019년 20여개 군소정당 등으로 구성된 NPP가 과반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사나야케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건재한 데다 스리랑카에선 총선 직전에 선출된 대통령 소속 정당이나 정치연합에 과반의석을 몰아주는 '전통'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은 패배감에 유세를 거의 벌이지 않았고, 직전 정부 출신 정치인 60여명은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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