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에 우크라전쟁 책임 돌리고 근거 없는 러 선전 내용 재확산
화학무기로 자국민 공격한 시리아 대통령 면담…美정부 비판도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지명한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이 과거 러시아와 시리아의 독재 정권에 우호적인 입장을 드러내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NBC 뉴스에 따르면 개버드는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중립국으로 유지해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러시아의 침공 사유가 정당하며 전쟁 책임이 나토와 우크라이나에도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돼 비판받았다.
개버드는 2022년 3월 미국이 자금을 대는 생물학 실험실 25개가 우크라이나에 있고, 실험실이 피해를 보면 치명적인 병원균이 세계에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실험실 주변에서 전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생물학 무기 실험실을 지원하고 있다고 선전했지만, 우크라이나와 미국 정부, 언론과 연구자들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개버드는 러시아의 선전 내용을 퍼뜨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개버드는 2020년 대선 때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는데 당시 러시아 국영 매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다른 민주당 후보를 깎아내리면서 개버드는 우호적으로 묘사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개버드가 하원의원으로 재직하던 2017년 1월 내전에 휩싸인 시리아를 방문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만난 것을 다시 꺼내 들었다.
알아사드 정권은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민간인 수만 명을 살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어 개버드의 방문은 당시에도 문제가 됐다.
개버드는 당시 CNN 인터뷰에서 알아사드 대통령과 면담을 계획하지 않았지만, 만날 기회가 생겼다면서 "우리가 평화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는 필요한 사람을 누구든지 만날 수 있어야 하며 그게 바로 우리가 대화한 소재였다"고 해명했다.
WP는 의원이 외국 정상을 만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자국민을 상대로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는 비난을 받거나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의 정상을 만나는 것은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버드가 알아사드 대통령과 만남을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에 비유해왔다고 설명했다.
개버드는 또 미국 정보기관과 유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모두 알아사드 정권이 자국민을 화학무기로 공격했다고 결론을 내렸는데도 2017년에 그런 결론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고 NBC 뉴스는 보도했다.
개버드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시리아 정책을 거듭 비판하기도 했다.
개버드는 미국이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이유로 2017년 4월 시리아의 비행장을 순항미사일로 타격하자 "위험하고 경솔하며 헌법에 위배된다"면서 트럼프가 "무모하게" 행동했다고 비판했다.
국가정보국장은 미국의 18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며 정보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핵심 고문으로 내각 회의에도 참석한다.
그러나 개버드는 정보 관련 업무를 한 적이 없고, 의원 시절에도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하지 않았다.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애비게일 스팬버거 하원의원(민주·버지니아)은 지난 13일 엑스(X·옛 트위터)에 "개버드는 준비가 안 됐고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음모론을 퍼 나르고 바샤르 알아사드와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독재자들의 비위를 맞추려 한다"고 비판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의회와 미국 내외의 정보 당국자들이 개버드의 지명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서방의 한 정보 당국자는 폴리티코에 개버드가 임명되면 미국의 동맹들이 미국과 공유하는 정보를 제한할 수 있다면서 "난 미국이 테러 위협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미국의 주요 정보 파트너인 이스라엘마저 매우 꺼림칙해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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