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와중 아프리카에 '구애' 러시아…"고립 탈피·영향력 확대"

입력 2024-11-18 14:08  

전쟁 와중 아프리카에 '구애' 러시아…"고립 탈피·영향력 확대"
푸틴 포럼서 "아프리카 전폭 지원"…美·佛 빠진 니제르에 러 대사관 재추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을 가속하는 모양새다.
이달 9∼10일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제1회 러시아-아프리카 파트너십 포럼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러시아의 과감한 행보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 행사에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장관급 인사 45명을 포함해 약 1천500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틀째 행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대독한 연설을 통해 "우리나라는 지속 가능한 개발, 테러리즘 및 극단주의와 싸움, 전염병 퇴치, 식량 문제 및 자연재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프리카 친구들을 계속해서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2월부터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고 있음에도 러시아의 아프리카 챙기기가 계속되는 셈이다.
AP통신은 "러시아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서방 제재로 고립됐다는 인식을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작년 7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2회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해 부르키나파소,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6개국에 최대 5만t에 달하는 곡물을 무상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적 있다.
러시아는 서아프리카 사헬 지역(사하라 사막 이남 반건조 지대) 국가들에 잇따라 대사관을 다시 열려고 하고 있다.
미하일 보그다노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지난 13일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니제르에 대사를 임명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옛 소련과 니제르는 1972년 외교 관계를 수립했지만, 탈냉전 이후 1992년 니제르 내 러시아 공관이 폐쇄됐다.
러시아는 작년 12월 부르키나파소에서 옛 소련 붕괴 이후 30여년 만에 대사관을 다시 열었다. 부르키나파소는 니제르와 이웃하고 있다.
러시아가 그동안 니제르에 대사관을 두지 않고 바그너그룹(현 '아프리카 군단') 등 민간 용병 기업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공식적인 외교 활동을 넓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니제르는 과거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맞서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의 군사 거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프리카 내 러시아의 위상 강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국가가 됐다.
작년 7월 쿠데타로 집권한 니제르 군정이 프랑스군의 철수를 요구하자 프랑스는 그해 말 니제르에서 자국 병력을 모두 뺐다.
니제르와 인접국 말리는 올해 8월 국내 반군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와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같은 달 미군은 니제르에서 철수했다.
니제르와 말리 군정은 대신 러시아에 군사적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내 러시아의 영향력은 안보뿐 아니라 경제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압둘라예 디옵 말리 외무장관은 러시아와 군사 협력은 물론, 에너지, 통신, 기술, 광업 등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중부 르완다는 2019년 러시아 기업 로사톰과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관해 합의한 뒤 원자력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러시아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손잡으면서 미국의 아프리카 내 입지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힘이 쇠퇴한 가운데 바통을 이어받는다며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중국, 러시아에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아직 아프리카를 방문하지 않았다. 그는 아프리카 국가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로만 주장했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은 오래전부터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고 러시아도 투자뿐 아니라 안보 분야에서 용병을 통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아프리카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2기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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