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내년 기업 신용도 하향기조 지속…롯데·SK 점검 대상"

입력 2024-11-20 09:00  

한신평 "내년 기업 신용도 하향기조 지속…롯데·SK 점검 대상"
롯데·SK, '업황 먹구름' 사업 비중 높고 재무 부담 증가세
무디스 "미국 IRA 폐지 시 한국 배터리 기업 신용도 큰 영향"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 하향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며, 그중에서도 특히 롯데그룹과 SK그룹을 우선 점검하겠다는 신용평가사의 진단이 나왔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용건 한국신용평가(한신평) 평가총괄본부장은 전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공동 주최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국내 비(非)금융기업들의 신용 전망을 이같이 제시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올해 기업 회사채 기준 등급 상향은 6건, 하향은 12건으로 집계돼 등급상하향 배율(Up/Down ratio)은 0.5배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0.7배)보다 낮아진 수치다.
등급 전망 조정을 포함해도 상하향 배율은 과거 1배 수준에서 올해 0.5배로 하락했다. 신용 등급 또는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기업이 상향 조정 기업보다 2배 많았다는 의미다.
김 본부장은 "향후 신용도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등급 전망 부여 현황을 살펴보면 '긍정적' 전망은 5개 업체, '부정적' 전망은 24개 업체로 내년에도 신용등급 하향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며 "경제 불확실성 증대 요인과 부동산 경기 부진 등 영향으로 기업 실적 회복 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어서 당분간 신용도 하향 우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작년보다 올해 순차입금이 증가하고 수익성 지표인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감소한 업종으로 석유화학, 이차전지, 정유, 호텔·면세업을 꼽았다.
특히 석유화학과 이차전지, 철강은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 경기 불확실성·공급과잉,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등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본부장은 "산업 전망이 비우호적이고 신용 전망이 부정적인 업종은 석유화학, 건설, 이차전지, 유통, 게임"이라며 "이 업체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신용등급 조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차원에서는 롯데그룹과 SK그룹이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김 본부장은 "롯데그룹은 상반기 매출 기준 사업 포트폴리오의 약 80%가 유통, 석유화학, 건설 등 업황이 비우호적인 사업이고, SK그룹은 이차전지 사업 전개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와 성과 지연으로 재무 부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롯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치, SK그룹의 우수한 사업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어려움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석유화학·건설·이차전지 사업 부진은 자체적인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대응 과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무디스의 션 황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미 공화당의 의회 장악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칩스법'(반도체지원법)이 폐지될 시 한국 기업 신용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션 황 연구원은 "폐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은 아니지만 행정명령 등을 통해 보조금 예산 집행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373220], SK온은 IRA에 근거한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관련 수익이 영업이익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상황인데 IRA 관련 혜택이 유의미하게 축소된다면 신용도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반도체지원법 역시 폐지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만약 폐지·축소가 진행될 경우 미국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는 추가적인 자금 소요가 생길 수 있다"면서 "다만 배터리 업체들보다 미국 설비 비중이 크진 않고 재무 유연성도 뛰어나 신용도에 주는 영향은 통제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nor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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