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지 "홍콩 애국교육 기회"…대만 "홍콩 판결, 일국양제 불가능성 입증"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홍콩 법원이 최대 규모 국가보안법 재판에서 민주 진영 인사 45명에 무더기 징역형을 판결한 당일 중국 국방부가 신형 강습상륙함을 홍콩에 보낸다고 발표했다.
20일 관영 신화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국방부는 전날 "중앙군사위원회 승인과 연간 업무 계획에 따라 21∼25일 해군 하이난함과 창사함으로 구성된 편대가 홍콩을 방문해 홍콩·마카오 동포를 향해 일련의 개방 행사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활동 목적은 신시대 국방·군대 건설 성과와 국가 주권 및 안보를 수호하는 중국인민해방군의 단호한 결심과 강대한 능력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부전구 소속 하이난함은 2019년 진수, 2021년 취역한 중국 첫 075형 강습상륙함이다.
강습상륙함은 헬리콥터 여러 대가 동시 이·착륙할 수 있는 대형 비행갑판을 갖춘 함정으로 'LHD(large landing helicopter doc)함'이나 '헬리콥터 항공모함'으로도 불린다. 사실상의 경항공모함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자체 제작한 075형 강습상륙함은 4만t급으로 미국 타라와급이나 와스프급 강습상륙함보다는 약간 작지만 2만5천t급이던 중국군의 종전 071형보다는 규모를 키웠다. 현재 하이난함과 광시함·안후이함 등 세 척이 취역해 활동 중이고 지난해 12월 4번함이 진수됐다.
중국 관영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자국 군사전문가 쑹중핑을 인용해 "강습상륙함이 홍콩을 처음 찾는 것"이라며 "이번 방문은 국방과 애국 교육의 중요한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이난함과 함께 홍콩을 방문하는 창사함은 7천500t급 052D형 구축함으로, 중국군 해군의 주력 함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중국군은 2017년 7월 제1호 항공모함인 랴오닝함 전단을 홍콩에 보내 영주권자들에게 개방하는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랴오닝함 전단은 대만해협을 통과하며 1급 전투태세를 발동한 채 훈련을 벌이는 등 주변 정세를 긴장시켰는데, 표면상으로는 홍콩 반환 2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차츰 성장하던 홍콩 재야 세력에 '경고'를 보내는 효과를 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중국 국방부의 이번 강습상륙함 파견 발표는 홍콩 전직 야당 의원과 민주화 활동가 등 45명에 국가 전복 혐의로 징역 4∼10년이 선고된 것과 시점상 맞물려 눈길을 끈다. 홍콩에서 생길 수 있는 반발 심리를 차단하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45명은 2020년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를 앞두고 민주파 후보들을 내세우기 위한 비공식 예비선거(경선)를 진행, 홍콩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베니 타이 전 홍콩대 교수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최고 형량인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고, 대표적 민주 운동가 조슈아 웡에게는 징역 4년 8개월이 내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과 호주 등 서방 국가들이 낸 규탄 입장을 "법치 정신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자 유린"으로 규정하고 "몇몇 서방 국가가 개별 사안을 구실로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홍콩의 법치를 먹칠·파괴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한편, 대만 총통부(대통령실)는 전날 홍콩 법원 판결을 두고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불가능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궈야후이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중공(중국) 정부가 사법적 수단과 불공정한 절차를 이용해 홍콩 민주파 인사의 정치 참여와 언론 자유를 탄압한 것을 엄정히 규탄한다"며 "이 판결은 '50년 불변'(중국이 1997년 홍콩을 반환받으며 50년 간 홍콩 체제를 보장하기로 한 약속)과 '고도의 자치' 약속을 어겼을 뿐 아니라 일국양제의 불가능성을 다시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궈 대변인은 "대만과 홍콩 인민은 함께 자유민주를 추구한다"며 "대만은 지속해서 홍콩을 성원할 것이고, '홍콩 인도적 원조 포용 행동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xi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