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당선인, 女화장실 금지" 동료 겨낭한 美공화
"세라 맥브라이드는 생물학적 남성…여성 공간 쓰면 안 돼"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연방의회 사상 첫 트랜스젠더 의원으로 선출된 세라 맥브라이드(민주·델라웨어) 하원의원 당선인이 여자화장실을 못 쓰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화당 소속 여성 의원들로부터 나와 의회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시스젠더(생물학적 성과 성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을 의미) 여성인 낸시 메이스(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연방의회 의사당 단지 내 여자화장실과 여자탈의실을 트랜스젠더 여성이 쓸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발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단일 성별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에는 그에 상응하는 생물학적 성을 지닌 이들 외에는 출입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 이 안의 골자다.
메이스 의원은 전날 밤 기자들에게 "세라 맥브라이드는 발언권이 없다"며 이런 계획이 맥브라이드 당선인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공공연히 밝히고 "(맥브라이드가) 생물학적 남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맥브라이드가) 여성을 위한 공간에 가면 안 된다. 여자화장실, 라커룸, 탈의실, 다 안 된다.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극우파로 꼽히는 시스젠더 여성 마저리 테일러 그린(공화·조지아) 의원은 맥브라이드 의원에 대해 "그는 남자"라고 아예 못박으면서 "좌파가 구역질나는 트랜스 이데올로기를 우리 목구멍에 쑤셔넣고 우리 공간들과 여성 스포츠를 침해하는 게 지겹다"고 말했다.
NYT는 메이스 의원을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성향이 남들보다 강한 하원의원들 중 한 명"이라고 지칭하며, 이런 행동은 공화당이 트랜스젠더 이슈에 대해 상투적으로 쓰는 수법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직전 며칠간 경쟁 후보인 민주당 소속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는 데 이용했던 소재도 트랜스젠더 권리에 관한 태도였다.
공화당은 최근 수년간 출생 당시에 지정됐던 성에 따라서만 화장실, 탈의실 등 성별 구분 시설을 이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연방 차원과 주 차원에서 발의해 왔다.
이런 공화당의 입장에 대해 트랜스젠더들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메이스 의원의 결의안 발의에 대해 아직 공개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메이스 의원은 하원 규칙에 이런 내용을 포함시킬 계획이라는 다짐을 존슨 의장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존슨 의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맥브라이드가 남자라고 생각하는지 여자라고 생각하는지 말해달라'는 질문을 받자 "이에 대한 어리석은 토론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애써 즉답을 회피했다.
그는 "화장실 시설과 라커룸 사용 등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전에는 의회가 다뤄야 할 필요성이 한 번도 없었던 이슈다. 의원들의 중론을 모으기 위해 신중한 방식으로 다룰 것이며, 모든 개개인의 필요를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존슨 의장은 해당 발언을 명확히 설명하겠다며 본회의장 밖으로 기자들을 불러모았으나, 구체적으로 메이스 의원의 안을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했다.
그는 "남자는 남자고 여자는 여자다. 남자가 여자가 될 수는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가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며 다뤄야 한다는 점도 믿는다. 우리는 이런 것 모두를 동시에 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맥브라이드 당선인은 이번 기사와 관련해 NYT의 인터뷰 요청을 사양했다고 NYT는 밝혔다.
그는 19일 의사당 주변을 오가는 모습이 목격됐으나 질문을 하려는 기자들을 피하면서 "모두들 만나서 반가워요" 정도의 얘기만 했다.
그는 메이스 의원과 아직 만나보지 않았고 화장실에서도 마주친 적이 없다고 NYT는 덧붙였다.
맥브라이드 당선인은 "매일 미국인들은 자신과 다른 인생 경험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일터로 가서 존중하는 태도로 대한다. 의원들도 그와 똑같은 친절을 발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이는 미국인들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진짜 해결책을 내놓을 능력이 없다는 점을 숨기려는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노골적 시도"라고 말했다.
시스젠더 여성인 멜라니 스탠스베리(민주·뉴멕시코) 하원의원은 "1990년대까지는 하원 본회의장 바깥에 여자화장실이 없었다"며 "동료 여성 의원이 다른 여성 의원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구역질나고 수치스럽고 무책임하고 비민주적인 행동이다. 여기 이 기관에 왜 있는 거냐?"라고 메이스 의원을 비판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뉴욕) 의원은 19일 메이스 의원의 안이 비열하고 잔인하다고 비판했다.
NYT는 메이스 의원의 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시행은 쉽지 않으리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화장실 출입하기 전에 알몸 수색이나 혈액 검사를 하자는 것이냐고 이 안을 찬성하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질문했으며, 메이스 의원은 즉답을 피했다.
1990년생인 맥브라이드 당선인은 아메리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이듬해인 2012년 교내 신문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본인이 트랜스젠더임을 공개하고 살아왔으나, 정치활동을 하면서 본인의 성정체성을 거론할 일은 최근까지 거의 없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solat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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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맥브라이드는 생물학적 남성…여성 공간 쓰면 안 돼"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연방의회 사상 첫 트랜스젠더 의원으로 선출된 세라 맥브라이드(민주·델라웨어) 하원의원 당선인이 여자화장실을 못 쓰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화당 소속 여성 의원들로부터 나와 의회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시스젠더(생물학적 성과 성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을 의미) 여성인 낸시 메이스(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연방의회 의사당 단지 내 여자화장실과 여자탈의실을 트랜스젠더 여성이 쓸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발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단일 성별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에는 그에 상응하는 생물학적 성을 지닌 이들 외에는 출입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 이 안의 골자다.
메이스 의원은 전날 밤 기자들에게 "세라 맥브라이드는 발언권이 없다"며 이런 계획이 맥브라이드 당선인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공공연히 밝히고 "(맥브라이드가) 생물학적 남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맥브라이드가) 여성을 위한 공간에 가면 안 된다. 여자화장실, 라커룸, 탈의실, 다 안 된다.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극우파로 꼽히는 시스젠더 여성 마저리 테일러 그린(공화·조지아) 의원은 맥브라이드 의원에 대해 "그는 남자"라고 아예 못박으면서 "좌파가 구역질나는 트랜스 이데올로기를 우리 목구멍에 쑤셔넣고 우리 공간들과 여성 스포츠를 침해하는 게 지겹다"고 말했다.
NYT는 메이스 의원을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성향이 남들보다 강한 하원의원들 중 한 명"이라고 지칭하며, 이런 행동은 공화당이 트랜스젠더 이슈에 대해 상투적으로 쓰는 수법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직전 며칠간 경쟁 후보인 민주당 소속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는 데 이용했던 소재도 트랜스젠더 권리에 관한 태도였다.
공화당은 최근 수년간 출생 당시에 지정됐던 성에 따라서만 화장실, 탈의실 등 성별 구분 시설을 이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연방 차원과 주 차원에서 발의해 왔다.
이런 공화당의 입장에 대해 트랜스젠더들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메이스 의원의 결의안 발의에 대해 아직 공개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메이스 의원은 하원 규칙에 이런 내용을 포함시킬 계획이라는 다짐을 존슨 의장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존슨 의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맥브라이드가 남자라고 생각하는지 여자라고 생각하는지 말해달라'는 질문을 받자 "이에 대한 어리석은 토론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애써 즉답을 회피했다.
그는 "화장실 시설과 라커룸 사용 등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전에는 의회가 다뤄야 할 필요성이 한 번도 없었던 이슈다. 의원들의 중론을 모으기 위해 신중한 방식으로 다룰 것이며, 모든 개개인의 필요를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존슨 의장은 해당 발언을 명확히 설명하겠다며 본회의장 밖으로 기자들을 불러모았으나, 구체적으로 메이스 의원의 안을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했다.
그는 "남자는 남자고 여자는 여자다. 남자가 여자가 될 수는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가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며 다뤄야 한다는 점도 믿는다. 우리는 이런 것 모두를 동시에 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맥브라이드 당선인은 이번 기사와 관련해 NYT의 인터뷰 요청을 사양했다고 NYT는 밝혔다.
그는 19일 의사당 주변을 오가는 모습이 목격됐으나 질문을 하려는 기자들을 피하면서 "모두들 만나서 반가워요" 정도의 얘기만 했다.
그는 메이스 의원과 아직 만나보지 않았고 화장실에서도 마주친 적이 없다고 NYT는 덧붙였다.
맥브라이드 당선인은 "매일 미국인들은 자신과 다른 인생 경험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일터로 가서 존중하는 태도로 대한다. 의원들도 그와 똑같은 친절을 발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이는 미국인들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진짜 해결책을 내놓을 능력이 없다는 점을 숨기려는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노골적 시도"라고 말했다.
시스젠더 여성인 멜라니 스탠스베리(민주·뉴멕시코) 하원의원은 "1990년대까지는 하원 본회의장 바깥에 여자화장실이 없었다"며 "동료 여성 의원이 다른 여성 의원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구역질나고 수치스럽고 무책임하고 비민주적인 행동이다. 여기 이 기관에 왜 있는 거냐?"라고 메이스 의원을 비판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뉴욕) 의원은 19일 메이스 의원의 안이 비열하고 잔인하다고 비판했다.
NYT는 메이스 의원의 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시행은 쉽지 않으리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화장실 출입하기 전에 알몸 수색이나 혈액 검사를 하자는 것이냐고 이 안을 찬성하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질문했으며, 메이스 의원은 즉답을 피했다.
1990년생인 맥브라이드 당선인은 아메리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이듬해인 2012년 교내 신문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본인이 트랜스젠더임을 공개하고 살아왔으나, 정치활동을 하면서 본인의 성정체성을 거론할 일은 최근까지 거의 없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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