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중국처럼…보조금 대가로 현지 기업에 기술 이전 요구

입력 2024-11-20 15:19  

EU도 중국처럼…보조금 대가로 현지 기업에 기술 이전 요구
내달 공고될 새 배터리 개발 사업부터 새 기준 적용 예정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유럽연합(EU)의 보조금 지급 사업에 참여하는 중국 업체들에 기술이전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EU가 계획 중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청정기술을 위한 무역체제가 더욱 까다롭게 바뀌는 흐름의 일환이다.
보도에 따르면 EU는 12월에 공고할 지원금 10억 유로(1조4천7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개발 사업부터 새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사업에 참여하는 중국 업체들은 유럽에 공장을 둬야 하며 기술 노하우를 공유해야 한다.
FT 취재에 응한 EU 고위 관계자 2명은 이런 기준이 입찰 공고 전까지 바뀔 수도 있고 다른 EU 보조금 사업으로 확장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요구사항은 중국이 자국 시장 접근을 원하는 외국 기업들에 요구하는 것과 유사하다.
엄격한 환경규제를 시행하는 EU는 최근 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저가 수입품으로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태도를 더욱 엄격하게 바꿔나가고 있다
지난달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해 기존 10% 관세에 더해 최대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또 수소 보조금을 신청하는 업체들에 요건을 강화해 수소를 만드는 데 쓰이는
물 전기분해 장치에서 중국산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이하가 되도록 의무화했다.
EU의 이런 조치는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을 강화하면서 중국 상품과 투자에 장벽을 쌓을 것으로 전망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에 대응하고 보조를 맞추려는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거운동 기간에 밝혔으며, 이에 따라 중국은 수출 판로를 EU 등으로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대기업들 중 이미 유럽에 공장을 세운 곳들도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 세계 1위인 중국 CATL은 이미 헝가리와 독일에 수십억 유로(수조 원) 단위의 투자를 했으며 공장도 세울 예정이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인비전 에너지는 스페인과 프랑스에 수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는 올해 초 비공개 회의를 소집해 중국 자동차 업체들에 "유럽에 공장을 두려거든 최종 조립공장만 두라"는 취지의 조언을 했다고 FT는 '이 문제에 정통한 한 인사'를 인용해 전했다.
중국 정부는 EU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다.
한편에서는 EU의 자동차 산업과 배터리 산업의 사정이 어려운 것은 중국 업체들의 덤핑 탓이 아니라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며 중국 업체들을 지나치게 압박하면 EU의 탈탄소화 노력에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EU 1위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는 생산량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파산 위기를 맞고 있다.
solat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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