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러시아 당국이 자국 에너지 시설을 겨냥해 사보타주(파괴공작)를 계획한 혐의로 독일 국적자를 체포했다고 러시아와 독일 매체들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의 천연가스 계량시설을 파괴하려 한 혐의로 1967년생 독일인 남성을 테러와 폭발물 밀반입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FSB는 용의자가 폴란드에서 칼리닌그라드로 국경을 넘을 당시 액체 형태의 사제 폭발물 0.5L를 가지고 있었으며 독일 함부르크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국적자에게 공작을 지시받았다고 말했다.
또 용의자가 올해 3월에도 칼리닌그라드의 천연가스 시설에 불을 질렀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영TV는 용의자가 심문에서 두 차례 범행을 자백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독일 외무부는 용의자가 지난달 체포됐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총영사관을 통해 러시아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트해 연안 칼리닌그라드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껴있는 러시아 영토다. 과거 쾨니히스베르크로 불린 독일 땅이었으나 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에 편입됐다. 리투아니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러시아 본토에서 자국을 통해 칼리닌그라드로 향하는 화물 수송을 금지했다.
발트해와 연안 지역은 러시아와 유럽 사이 물자 운송 통로여서 전쟁 발발 이후 여러 차례 파괴공작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22년 9월에는 발트해 해저의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이 폭파돼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공급이 끊겼다. 지난해 10월에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잇는 해저가스관 발틱코넥터와 통신케이블이 파손됐다.
최근에는 핀란드 헬싱키와 독일 로스토크, 스웨덴 고틀란드와 리투아니아 슈벤토이를 잇는 해저 통신케이블이 각각 끊어졌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케이블이 실수로 끊겼다고 아무도 믿지 않는다"며 파괴공작으로 전제하고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 당국은 케이블이 끊길 당시 인근을 지난 중국 선적 벌크선 '이펑 3호'와 사건의 관련성을 확인 중이다. 이 선박은 러시아 우스트루가에서 출발해 이집트 포트사이드로 향하던 중이었다. 덴마크군은 이 선박이 자국에 정박 중인 사실을 확인했으며 핀란드 경찰도 케이블 절단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스웨덴과 핀란드 매체들은 이 선박이 손상된 케이블 인근을 지날 때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가 꺼졌다고 전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 선박이 연루됐을 가능성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발틱코넥터 사건과 관련해 "홍콩에 등록된 선박의 실수로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를 핀란드 등 관련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8월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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