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 생존 여성 '허락 없이 내 이야기 공개' 주장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올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프랑스 공쿠르상을 받은 알제리 출신 프랑스 작가 카멜 다우드(54)가 고국에서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고 르피가로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우드 부부를 고소한 알제리 여성 측은 다우드가 공쿠르상을 받은 책 '천상의 미녀들'(Houris)을 집필하면서 본인 허락 없이 소설에서 자기 이야기를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다우드의 소설은 검은 10년(1992∼2002년)으로 불리는 알제리 내전, 즉 이슬람주의자들과 알제리군이 충돌해 6만∼20만 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실종된 비극을 다룬다.
내전에서 살아났지만 말을 할 수 없게 된 주인공 '오브'가 뱃속의 아이에게 슬픈 역사를 들려주며 소설이 진행된다.
다우드 부부를 고소한 여성은 알제리 내전 생존자로, 정신과 의사인 다우드의 부인에게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고소인을 대리하는 파티마 벤브라함 변호사는 지난 8월 책이 처음 출간되자마자 두 건의 고소를 제기했다며 한 건은 희생자 단체 이름으로, 다른 한 건은 이 여성의 이름으로 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벤브라함 변호사는 "우리는 작가의 수상을 방해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그동안 말을 아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우드의 부인이 남편에게 환자의 의료 기록을 제공했다며 의료기밀 위반과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내전 이야기에 대한 출판을 금지하는 국가화해법(평화와 화해를 위한 헌정) 위반 혐의를 고소장에 적었다고 말했다.
알제리 정부는 10년에 걸친 내전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2005년 '평화와 화해를 위한 헌정'을 채택하며 내전 기간 발생한 폭력 사건 등 과거사 논의를 제한했다. 이 때문에 공쿠르상까지 받은 다우드의 이 책은 정작 고국에서는 출판이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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