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국회서 곧 처리될듯 …대통령 임기도 5년→6년 연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올해 한국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고 북한에 대사를 임명한 중미 니카라과가 '공동 대통령' 체제를 도입하고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늘린다.
이는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과 로사리오 무리요 부통령 부부의 '권력욕'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니카라과 국회는 20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정부에서 보낸 헌법 개정안이 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다뤄질 것"이라며, 개정될 헌법은 모든 니카라과 국민이 혁명 과정에서 발전시킨 것을 통합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재적의원 90명 중 76명이 여당 소속 또는 친(親)여 계열인 니카라과 국회는 정부에서 제출한 각종 법안을 지금까지 '신속 처리'해 왔다. 이 때문에 이번 개헌안 역시 일사천리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매체 라프렌사와 엘19디히탈 등 보도를 보면 개헌을 통해 니카라과에는 '공동 대통령'(Co-presidente y Co-presidenta) 체제가 들어선다.
정치적 수사가 아닌 헌법에 '공동 대통령'이라는 개념을 명문화하는 건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와 함께 현행 5년인 대통령 임기는 1년 더 늘어난 6년으로 변경된다.
대통령 권한 자체도 대폭 늘려, 입법·사법부 및 선거기관, 감사원, 수사기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조정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헌안에 명시했다.
니카라과 정부 비판 매체인 라프렌사는 "이는 대통령이 지배적인 역할을 하면서 다른 정부 기관의 독립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오르테가 대통령 부부의 권력 독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오르테가 정부는 여기에 더해 소속 정당인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 깃발을 '애국적 상징'으로서 국기와 동등한 개념으로 인정한다는 취지의 문구도 헌법에 넣었다고 엘19디히탈은 전했다. 흰색과 하늘색을 위주로 구성된 국기 대신 여당기를 '국기'처럼 쓸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계획은 이미 일부 행사에서 감지돼 왔다.
니카라과 관보를 보면 오르테가 정부는 FSLN 설립자 중 한 명인 카를로스 폰세카(1936∼1976) 사망일(11월 8일)을 전후해 일종의 추모 주간을 보내는데, 이때 각종 회의와 공무 모임에서 FSLN 당가(黨歌)를 부르게 하거나 FSLN 깃발을 게양하도록 명령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라프렌사는 '오르테가 독재 정권으로 가는 북한식 개인숭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니카라과 정부는 앞서 지난해 7월 북한과 상호 대사관 개설에 합의했고, 올해 4월에는 한국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고 대사 임명을 철회했다.
로이터통신은 2018년부터 오르테가 정부가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탄압을 주도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반발과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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