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기린 '멸종위기 보호대상' 전면지정 예고

입력 2024-11-21 11:29  

미국 정부, 기린 '멸종위기 보호대상' 전면지정 예고
연방관보에 예고안 고시…내년 2월까지 의견수렴 후 확정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기린은 육지에 사는 포유류 중 가장 키가 큰 동물이다. 일부 수컷은 5.7m까지 자라기도 한다.
기린은 고대부터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고대 아프리카인들은 암각화에 기린을 그려넣었다.
고대 로마의 독재관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기원전 46년에 북아프리카 알렉산드리아에서 기린을 로마로 가져와 시민들에게 보여줬으며, 이를 본 시민들은 "낙타와 표범이 섞인 동물"이라는 뜻으로 '낙타표범'이라고 부르며 매우 신기해했다.
대표적 기린 종(species)인 '북부기린'의 학명 'Giraffa Camelopardalis'이 바로 '낙타표범'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15세기 초 명나라 탐험가 정화(鄭和)는 해외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후 특사가 가져온 기린을 영락제(永樂帝)에게 바쳤다.
당시 황제는 '전설에 나오는 상서로운 동물'이라며 매우 기뻐하며 특사에게 큰 상을 내리고 이를 그림으로 기록하도록 했다.
하지만 서식지 파괴, 불법포획, 기후변화 등으로 기린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기린 개체 수는 1985년 약 15만 마리에서 2015년 9만8천마리로 감소했다.
특히 대표적 기린 종으로 꼽히던 북부기린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미국 내무부 산하 어류·야생동물관리국 (FWS)에 따르면 북부기린 종에 속하는 서아프리카기린, 코르도판기린, 누비아기린 등 3개 아종(subspecies)의 개체 수는 5천919마리에 불과하다.
이는 1985년 2만5천653마리보다 77% 감소한 것이다.
특히 이 중에서 서아프리카기린 아종은 690마리만 남았다.



기린의 종과 아종에 대한 세부 구분은 연구가 진행중이어서 기관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북부기린 종 외의 기린들도 개체수가 많지 않다.
'그물무늬기린'은 현재 1만5천985마리로 추산되며, 이 중 99%는 케냐에 산다.
장신으로 유명한 마사이족의 이름을 딴 '마사이기린'은 4만5천402마리로 추산되며, 이는 1970년대에 비해 3분의 1이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FWS는 미국 멸종위기종보호법(Endangered Species Act)에 근거해 알려진 기린 전체를 보호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21일자 연방관보에 고시된 예고안에 따르면 북부기린 종의 3개 아종 전체가 '멸종위기종'(endangered)으로, 그물무늬기린과 마사이기린이 '멸종위협종'(threatened)으로 각각 지정될 예정이다.
FWS는 아울러 앙고라기린, 남아프리카기린도 멸종위협종에 준해 다루기로 했다.


이번 안은 내년 2월까지 90일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친 후 확정안이 고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불법으로 사냥되거나 거래된 기린이나 그로부터 만들어진 제품의 미국 수입이 금지되며, 기린 보호를 위한 미국 정부의 재정지원이 가능해진다.
FWS는 기린이 멸종 위기에 몰린 이유로 인간 인구 증가, 도시화, 불법포획,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등을 들었다.
마사 윌리엄스 FWS 국장은 "기린을 (미국) 연방 차원의 보호대상에 포함함으로써 취약종을 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을 장려하고, 생태계 건전성을 지원하고, 야생생물 밀거래를 억제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관행을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영리기구 '생물다양성센터' 국제법무실장 타냐 사네립 변호사는 이번 조치가 확정돼 시행되면 기린 사체로 만들어진 제품들의 미국 수입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설명했다.
solat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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