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핵카드' 쓸까…암살·테러 '하이브리드 전쟁' 가능성

입력 2024-11-21 16:54   수정 2024-11-21 19:34

러시아, '핵카드' 쓸까…암살·테러 '하이브리드 전쟁' 가능성
英언론 분석…일각에선 "푸틴, 무슨 일을 할지 매우 예측 불가능"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 봉인 해제로 본토를 타격당한 러시아가 핵 사용 조건 완화에 나섰지만, 실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크지는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암살이나 테러 등 비군사적 방식의 보복이나 사이버테러·정보전 등 '하이브리드 전쟁' 활동은 전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 더타임스 등은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영국의 공대지 순항미사일 스톰섀도를 잇달아 발사한 데 대한 러시아의 대응 방향에 대해 이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러시아는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 승인에 곧바로 핵 교리 개정을 승인하는 강수를 뒀지만, 미국은 위협과 달리 아직 러시아의 핵무기 저장 시설에서 전술 탄두의 위치 변화 등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핵전력 전문가인 유엔군축연구소(UNIDIR)의 파벨 포드비그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가능한 선택지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현재 러시아군은 전진하는 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45년 이후 처음으로 실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비난을 받게 되고, 향후 정세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대신 러시아는 사이버테러나 기반 시설에 대한 사보타주(파괴 공작)를 가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적극적인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7월 영국 버밍엄과 독일 라이프치히의 DHL 물류센터에서는 북미행 항공기에 실릴 예정이던 소포에서 연이어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리투아니아에서 발송된 이들 소포에서는 마그네슘을 이용한 발화장치가 발견됐다.
또 최근에는 핀란드와 독일을 연결하는 발트해 해저케이블 두 곳이 절단돼 인터넷 연결이 끊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데, 앞으로도 발전소나 급수 시스템 등을 노린 유사한 '하이브리드 전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러시아는 이미 이민자들을 폴란드나 리투아니아, 핀란드 국경 너머로 쫓아내 정치적 혼란을 유발하는 방식을 무기처럼 사용한 바 있다"며 "서방에서는 러시아의 '인터넷 봇'이 첨예한 이슈를 증폭시켜 사회 결속을 저해하고 극우 세력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활동에 '대리자'를 내세움으로써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사설 정보조직이나 범죄자들을 사주해 테러나 암살 등에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이스라엘 관련 상선을 공격하는 과정에 러시아의 위성사진 자료를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완전히 '제로'는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21일 오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우크라이나 공군이 발표하는 등 군사적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포드비그 선임연구원은 "핵무기 사용은 정말 심각한 도박이 되겠지만, 러시아가 이를 감수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더타임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늘 그래왔듯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는 매우 예측불가능하다"고 했다.

sncwo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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