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야 할 현안 많은데 노조 리스크 부담까지"…'노노갈등' 양상도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삼성전자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마련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노조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임금협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파업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지만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 엔비디아 납품 등 풀어야 할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노조 리스크 부담을 안고 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노사가 지난 14일 도출한 '2023년·2024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 결과, 찬성 41.36%(9천444표), 반대 58.64%(1만3천392표)로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노사가 교섭을 시작했던 올해 1월 16일 이후 10개월 만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만큼 가결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다.
하지만 조합원 절반 이상은 경쟁사 대비 부족한 임금인상률, 조합원을 위한 협상안의 부재 등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지난 20일 기준 3만6천685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12만5천명)의 30% 수준이다. 이 중 대부분은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소속이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은 최근 임금협상을 한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며 잠정합의안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왔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달 격려금 450만원, 임금 5.7% 인상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투표에 부쳐 가결한 바 있다.
앞서 전삼노는 지난 7월 8일 사상 첫 총파업에 나선 뒤 7월 29일부터 사흘간 사측과 집중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8월 대표교섭권을 잃은 전삼노는 10월 초 대표교섭권을 재확보한 후 10월 17일 본교섭을 재개하고 이달 이번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합의안에는 조합원의 교육 시간 유급 보장, 전 직원 대상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 지급을 새롭게 반영했다. 평균 임금인상률 5.1%(기본인상률 3.0%, 성과인상률 2.1%), 장기근속 휴가 확대 등은 올해 3월 발표한 기존 안이 적용됐다.
결과적으로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당분간 노조 리스크는 지속할 전망이다.
노사가 재교섭에 나서더라도 새로운 잠정 합의안 도출과 재교섭 합의안 투표까지 시일이 꽤 걸릴 것으로 예상돼 임금협상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커졌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 안팎으로 합의안이 가결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며 "내년에 3년치(2023·2024·2025년) 임금협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의 수가 전체 임직원 수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만큼 이번 부결은 삼성전자에 큰 부담일 것"이라며 "노조 집행부 역시 오랜 시간 협상에 나선 만큼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결 이후 노조 내부에서의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노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부결 직후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와 "200만포인트 받고 싶어서 찬성했냐", "반대표 던진 노조 때문에 200만원 날아갔다" 등 서로 비방하는 게시글도 게재됐다.
재계 관계자는 "조합원들에게만 200만 포인트를 줘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이 사안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회사 입장에서는 더 큰 비용을 지출하고서라도 전 직원들에게 200만 포인트를 주기로 한 것인데 부결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는 총 직원 12만5천명 기준 약 2천500억원 규모다.
집행부 탄핵과 재신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강경파가 현 집행부의 재신임 묻게 되면 향후 노사 갈등이 계속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노조 내부적으로 정비를 먼저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과가 파업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어서 당장 회사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계속해서 노조 리스크가 남게 된 상황"이라며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고전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 이슈를 빨리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전삼노 집행부는 이날 오후 6시 대의원 간담회를 열고 향후 계획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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