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싱크탱크 보고서…대만, 10위 밖으로 밀려나·호주 1위
中, 특정국 '선택과 집중'하고 무상원조 늘려 "더 영리한 전략"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중국이 미국과 영향력 다툼을 벌이고 있는 태평양 지역에서 도서국 개발 원조를 다시 늘려 미국을 제치고 2위 공여국 자리를 되찾았다.
21일 호주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가 발표한 '2024 태평양 원조 지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2022년 태평양 도서국에 지원한 공적개발자금(ODF)은 2억5천600만달러(약 3천580억원)로 2020∼2021년 평균 대비 6% 증가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약 14% 늘었다.
이같은 지원 규모는 15억달러(2조1천억원)를 해당 지역에 공여한 호주에 이은 2위다. 3위 공여국은 미국으로 2억4천900만달러(3천480억원)를 지원했다.
ODF는 공적개발원조(ODA)와 기타공적자금(OOF)을 합한 것이다.
중국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호주에 이은 2위 ODF 공여국이었으나 이후 지원 규모를 줄이면서 미국, 뉴질랜드, 일본에 밀렸다. 이런 추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국이 ODF 지원을 더 줄이면서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중국이 ODF 지원을 늘린 데 비해 미국, 뉴질랜드, 일본 등 다른 국가는 백신 등 코로나19 관련 지원을 줄이면서 중국이 2위 자리를 되찾았다고 로위 연구소는 설명했다.
중국이 태평양 지역에서 ODF를 지원하는 대상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과거처럼 여러 국가에 광범위하게 원조를 쏟아붓는 대신 자국에 우호적인 태평양 국가 몇곳에 집중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19년 대만과 단교하고 자국과 수교한 키리바시와 솔로몬제도에 2022년 ODF 지원을 늘렸다.
그에 비해 파푸아뉴기니를 상대로 한 ODF 지출은 2008∼2019년 평균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피지나 사모아에 지원한 ODF도 감소세를 보였다.
지원 방식 역시 바뀌었다.
중국은 이 지역의 주요 개발 협력국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부터 ODF 공여액이 정점을 찍었던 2016년까지 주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차관을 제공하고 자국 기업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형태의 원조에 집중했다.
하지만 2018년부터 채무 지속가능성 우려가 불거지고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프로젝트 수행이 중단되는 등 시행착오를 겪은 이후로 위험부담이 더 적은 소규모 무상원조 프로그램을 늘렸다.
무상원조는 주로 지방정부에 차량을 기부하거나 학교에 현금을 지원하고, 농부들에게 농기구를 선물하는 등 여러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태평양 도서국 주재 중국 대사관들이 담당하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10년 전과 비교해 약 3배로 늘었다고 보고서는 부연했다.
로위 연구소는 중국의 이러한 ODF 지원 방식을 두고 "더 많은 무상원조와 지역사회 차원의 지원을 통해 특정 국가에서 영향력 확보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중국의 태평양 전략이 더 영리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대만의 2022년 태평양 도서국 ODF 지원은 720만달러로 급감해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연구소는 이 같은 지원 규모가 과거 대만의 평균 지원 금액의 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며, 분석 대상 기간인 최근 15년 동안 대만이 10대 공여국에 들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ODF 지출은 2019년 키리바시·솔로몬제도와의 단교 이후 3년 연속 감소했다.
연구소는 이러한 추세가 "갈수록 영향력을 키워가는 중국에 맞서 외교적 인지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온 대만이 (태평양에서) 수교국을 잃은 것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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