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교리 개정 뒤 핵탄두 탑재 가능 ICBM '위력 시위'
확인되면 역사상 첫 ICBM 실전 발사…'영토 공격 허용' 미국에 경고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측이 주장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실로 확인되면 냉전 이후 개발돼 시험발사나 주로 '억지용'으로 배치되기만 했던 ICBM이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는 물론 사상 처음으로 실전에서 쓰인 것으로 기록된다.
우크라이나의 주장이 맞는다면 러시아는 나토 주도국인 미국과 영국의 장거리 미사일이 처음으로 국경을 가로질러 넘어오자 ICBM이라는 가장 강력한 비대칭 재래식 전력을 동원해 대응한 셈이다.
특히 자국 영토에 대한 장거리 무기 공격을 승인한 미국까지 도달할 수도 있는 사거리 5천800㎞의 ICBM으로 위협적인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ICBM을 발사한 시점을 따져보면 러시아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9일 러시아 접경지 브랸스크의 군사시설을 겨냥해 사거리가 300㎞인 미국산 장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6발을 발사했다. 이는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첫 사례다.
하루 뒤 우크라이나가 작전반경 250㎞인 영국산 공대지 순항미사일 스톰섀도(프랑스명 스칼프)로 쿠르스크를 공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는 자국 영토에 대한 서방의 잇따른 장거리 무기 공격에 '초강력' 대응을 한 것이다.
대응한 무기의 제원 역시 에이태큼스, 스톰섀도와 차이가 크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러시아가 쏜 ICBM이 RS-26 루베즈라고 전했다. 이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5천800㎞에 최대 속도가 마하 20(2만4천480㎞/h)의 극초음속 미사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 ICBM의 사거리가 이론상 9천900㎞에 달해 아스트라한에서 미국 동부 해안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이 러시아가 비례적 대응이 아닌 ICBM을 발사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승인한 미국, 영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 허용에 대해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라며 적절한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ICBM 발사가 사실이라면 러시아의 핵 사용 교리(독트린) 개정 이틀 뒤라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ICBM은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19일 핵 사용 교리(독트린)를 개정해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췄다. 특히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추가, 핵보유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러시아가 핵무기로 대응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여기에 ICBM을 발사하는 '위력 시위'에 나서면서 러시아는 핵 교리 개정이 단순한 엄포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내비친 셈이다.
다만 미국 ABC 방송은 익명의 서방 관리를 인용해 드니프로에 대한 이번 공격에 ICBM이 아닌 탄도 미사일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ICBM 발사 여부를 확인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오"라며 "군에 연락하기를 추천한다. 이 주제에 대해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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