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불안에 동결' 전망 우세하지만…경기인식 나쁜데 안낮추면 '모순'
한은 내년 성장률 전망 1%대 여부 주목…전문가 "인하 사이클, 내년 연 2.50%서 끝"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최근 수년 사이 가장 어려운 결정의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한 달 보름 동안 나라 안팎에서는 초대형 경제 변수들이 대거 튀어나왔다.
0.1%에 그친 3분기 경제성장률 충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선, 다시 1,400원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0.25%포인트(p) 금리 추가 인하 등 모두 중차대한 사안이다.
이에 따라 금융불안과 성장 등 상충하는 변수들이 더 복잡하게 얽혀 금통위로서는 오는 28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그대로 놔두기도, 낮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시장에서는 환율 불안 등을 근거로 동결을 점치는 의견이 다소 우세하지만, 경기 전망이 워낙 나빠진 만큼 한은이 연속 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 살리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특히 한은이 2기 트럼프 정부 출범 등의 변수를 반영해 내년 성장률을 상당 폭 낮출 경우, 추가 인하 가능성은 더 커진다. 경기 인식은 뚜렷하게 나빠졌는데, 금리를 그대로 묶어둘 경우 '모순적 결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환율 불안하고 연준도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동결해야"
24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명이 28일 기준금리가 연 3.25%에서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근거로는 1,400원대 원/달러 환율, 10월 금리인하 효과 확인, 트럼프 정책에 따른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폭 축소 가능성 등이 주로 나왔다.
환율은 트럼프 당선 이후 관세 정책에 따른 미국 물가·금리 상승 기대 등을 업고 뛰기 시작해 지난 13일 장중 1,410원 선을 넘어서는 등 2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고 1.40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처럼 환율이 불안한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추가로 낮아지면, 달러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서 1,400원대 환율이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 수준 상승으로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까지 커지고 있다"며 "일단 동결한 뒤 10월 인하 이후 금융 안정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결을 전망한 안예하 키움증권[039490] 선임연구원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세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10월 금리 인하의 영향을 평가하는 과정"이라며 "여기에 환율 상승과 미국 대선 이후 정책 영향까지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연준이 최근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바뀌었다"며 "연준의 시각이 바뀐 것을 금통위도 알 테니, 연준의 12월 결정을 지켜보고 움직이는 쪽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장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약 2.0% 정도면 잠재성장률 수준이니 용인될 수도 있다"며 "그보다는 환율이 불안하고 연준 정책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은이 좀 더 지켜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외부 요인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경우 내부에서 금리를 내린다고 상황이 크게 좋아질 수 없다"고 말했다.
◇ "트럼프 재선으로 내년 경기 올해보다 더 나빠…금리 낮춰야"
반대로 금통위가 이번 회의에서 '환율'보다 '경기'를 더 시급한 과제로 주목하고 10월에 이어 다시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는 국면에서 인하 주장에 힘이 더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하의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원/달러 환율 상승, 금리 격차 확대 등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의 금리는 미국보다 낮은 수준이 뉴노멀(새 기준)인 상황으로 접어들었다"며 "원화 가치도 다소 더 떨어진다해도 국내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금까지 수 차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특정 환율 수준을 타겟(목표)으로 관리하지 않는다. 변동성이 커지는지, 다른 나라 통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절하(가치 하락)됐는지가 중요하다"는 시각을 강조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시점에서는 동결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고 보지만, 인하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분위기"라며 "동결이거나 인하거나 아주 근소한 차이로 결정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동결의 경우 환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고, 인하한다면 경기에 대한 한은의 인식 변화가 요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금리 결정과 함께 수정 경제 전망을 내놓는데,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 등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을 기존 2.4%(8월)에서 2.2∼2.3% 정도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
더 중요한 것은 내년 성장률로, 2.1%였던 전망치가 1%대로 내려갈 경우 기준금리 역시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뚜렷한 경기 하강을 인정하면서도 금리를 동결해 경기 부양을 미룬다면 논리상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설문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일각에서 내수 부진의 일부 책임이 늦은 기준금리 인하에 있다는 이른바 '실기론'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정부나 여당 등의 금리 인하 압박을 완전히 무시하고 통화정책을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침체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내리는 추세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17일 기준금리를 0.25%p 내렸고, 오는 12월 '빅컷'(0.50%p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영국중앙은행(BOE) 역시 이달 7일 금리를 0.25%p 낮췄다.
◇ "기준금리, 내년까지 0.75%p 떨어진 뒤 인하 멈춰" 전망 우세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은이 이번에 인하를 단행하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이. 내년 연 2.50% 수준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멈출 것으로 봤다.
한 번에 0.25%p씩 낮춘다고 가정하면 내년 상반기나 3분기까지 세 차례, 0.75%p 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박 이노코미스트는 "내년 국내 경기 흐름이 상저하고로 예상되는 만큼, (11월 인하 이후) 내년 상반기에 두 차례 추가 인하돼 연 2.50%로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안 선임연구원도 "(금통위가) 내년 1월, 4월, 7월 총 세 차례 0.25%p씩 낮춰 기준금리는 내년 중 연 2.50%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연구위원 역시 "한은이 경기 하방 요인을 적절히 인식한다면, 내년까지 기준금리 인하 폭은 0.75%p 정도"라고 분석했고, 장 선임연구위원도 "내년 기준금리는 연 2.50%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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