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연구팀 "언어 발달 기반 인지 메커니즘, 인간-유인원 공유 시사"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유인원도 누군가 상대나 사물과 상호작용할 때 사람처럼 행위 주체와 객체를 구분해 시각적으로 추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인지 메커니즘은 언어 진화의 기반 중 하나라며 이는 인간과 유인원이 이 능력을 언어보다 훨씬 전부터 공유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뇌샤텔대학 버네사 윌슨 박사팀은 27일 과학 저널 플로스 생물학(PLOS Biology)에서 성인 14명과 생후 6개월 영아 29명, 유인원 9마리에게 동영상을 보여주며 시각 반응을 관찰하는 실험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언어는 인간 고유 능력으로 간주되지만 언어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많이 남아 있다며 언어가 의존하는 인지 메커니즘의 하나는 사건을 바라볼 때 행위의 주체와 객체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쥐를 쫓는 것을 볼 때 인간은 고양이와 쥐를 번갈아 바라보며 고양이와 쥐의 관계를 행위의 주체와 객체로 파악해 사건을 정리하는 데, 이런 인지 메커니즘이 인간 언어 진화의 기반 중 하나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유인원이 행위 주체와 객체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성인 14명과 생후 6개월 영아 29명, 침팬지 5마리, 고릴라 2마리, 오랑우탄 2마리에게 사람이나 유인원이 상대 또는 사물과 상호작용하는 짧은 동영상 84개를 보여주며 이들의 시각 반응을 관찰했다.
그 결과 성인과 유인원은 모두 배경 정보보다는 행위 주체와 객체에 가장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간은 주체와 객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유인원은 배경에 주의를 기울이는 경우가 사람보다 더 많았다.
생후 6개월 영아들은 행위의 주체와 객체 중심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성인이나 유인원과 달리 배경 정보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실험의 시선추적 데이터에서 확인된 시선 패턴은 유인원이 인간 성인과 마찬가지로 사건에서 인과적 행동을 주체와 객체 역할로 분해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언어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또 이 결과는 두뇌가 사건을 정리하는 방식이 언어 발전 이전에 진화했고, 사람들이 사건을 볼 때 행위 주체와 객체로 분류하는 방식이 인간에게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유인원의 공동 조상으로부터 유래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인원이 인간처럼 언어로 의사소통하지 못하는 이유를 밝혀내고 인간이 어떻게 언어를 발달시켰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 PLOS Biology, Vanessa A. D. Wilson et al., 'Humans and great apes visually track event roles in similar ways', https://doi.org/10.1371/journal.pbio.300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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