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딸들 대표인 한세엠케이·형지I&C '실적 부진'
애경 채문선·세정 박이라, 유튜버로 활동…"박탈감 조장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차민지 기자 = 의류나 화장품 중견기업 오너가(家) 2·3세 딸들이 잇달아 경영에 나서고 있으나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 오너가 딸들 중 일부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로 변신해 시선을 끌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선 젊은 2·3세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한다는 측면에서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으나 '박탈감을 느낀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다.
◇ 오너가 2세 딸들 경영 한세엠케이·형지 I&C '실적부진'
27일 재계에 따르면 창업주인 김동녕 한세그룹 회장의 막내딸 김지원(43)씨가 각자 대표로 있는 한세엠케이[069640]는 지난달 공정공시를 통해 올해 매출 2천630억원, 영업손실 84억원을 각각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실적 전망치도 매출 2천900억원, 영업손실 27억원을 각각 제시했다.
한세엠케이는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작년 연결 기준 이익결손금은 162억원이다.
한세엠케이는 주요 시장이던 중국 시장 둔화와 코로나19 이후 국내 시장의 구매력이 약화하며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의 장녀 최혜원(44)씨도 형지I&C[011080] 대표이사 사장으로 경영일선에 있지만 회사는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형지I&C가 전개하는 브랜드들의 경쟁력이 약화하며 매출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지I&C는 2021년 별도 기준으로 2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가 2022년 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작년 영업이익은 7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 애경 채문선·세정 박이라…사업도 하고 유튜버로도
유튜버로 변신을 꾀하는 오너가 2·3세 딸들도 등장하고 있다.
애경그룹 3세로 장영신 애경 회장의 손녀이자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장녀인 채문선(38) 탈리다쿰 대표가 대표적이다. 채 대표는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006840]의 지분 0.11%를 보유 중이다.
매일유업 외식사업부 인턴, 애경산업 마케팅 과장 등을 거친 그는 2019년 비건 화장품인 탈리다쿰을 론칭했다.
탈리다쿰은 애경산업[018250]과 사업적 관련은 없고 남편인 이태성 세아홀딩스[058650] 사장이 2014년 투자 목적으로 세운 개인회사 에이치피피가 지분 84.1%를 갖고 있다.
채 대표는 탈리다쿰 유튜브 채널 내에 '채문선의 달리다 꿈' 코너를 개설하고 유튜버 활동도 시작한 데다 지난 6월 디지털 싱글앨범 '하얀 민들레'를 발매해 가수로도 데뷔했다.
그러나 채 대표의 활발한 대외 활동에도 설립 5년 차를 맞은 탈리다쿰은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탈리다쿰의 작년 매출은 5억원, 영업손실은 1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박이라(46) 세정 대표이사 사장도 유튜브 채널 '이라위크'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박 대표는 창업주인 박순호 회장의 셋째 딸로, 2019년부터 세정 대표를 맡고 있다.
세정은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영업손실 210억원을 기록했다가 2021년 흑자로 전환했고 2022년 33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작년에는 영업이익이 233억원으로 전년보다 30% 감소했다.
오뚜기[007310] 오너가 3세이자 함영준 회장의 딸인 함연지(32)씨는 뮤지컬 배우로 세간에 먼저 이름을 알렸다. 미국 뉴욕대 티시예술대학을 졸업하고 국내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던 당시 오뚜기 지분 1.07%를 보유한 '3세'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함씨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으나 지난해 12월 갑자기 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올해 초 오뚜기 미국법인인 오뚜기아메리카에서 인턴으로 일한 데 이어 지난 5월 오뚜기아메리카에 입사해 마케팅 업무를 맡아 결국 경영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진로를 정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오너가 딸들의 활발한 행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복합적이다.
신비주의를 고수하던 과거 대기업그룹 오너가와 달리 '신선하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유튜버 등으로 '손쉬운 변신'을 꾀한다는 점에서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튜버·화장품 사업 등은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선망의 사업 아이템이고 그 분야에서 일반인이 빠르게 성공하는 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너 일가 3세들은 시작부터 일반인과 다른데다, 대중의 주목도 받기 때문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부모 찬스'로 비치지 않기 위해서는 실적으로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후계자 본인의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가업 승계는 영속성이 보장되기 어렵다"며 "탄탄한 업무 경험, 현장을 토대로 한 노하우 등 능력과 역량을 입증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기업이나 중견그룹 오너가에서 여전히 장남 등 아들 승계를 선호하다 보니 2·3세 딸들이 주력 사업이 아닌 화장품 등의 사업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특히 중견기업의 경우 아직 아들 승계 사례가 많다 보니 딸들은 비주력 산업밖에 할 수 없는 약점이 있다"며 "다만 이들 역시 평사원이 아닌 임원부터 고속 출발한다면 주주들에게 우선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a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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