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보고서…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 '주목'
"후공정 약한 한국도 아세안 협력·투자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급부상한 아세안(ASEAN)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7일 발간한 '아세안 반도체 산업의 도약: 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반도체 패키징 분야의 전통적 강자인 아세안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재편 요구 속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 및 중국 외 거점을 확보하는 '차이나+1' 전략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최대 수혜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특히 아세안에서도 전기·전자 산업 경쟁력이 우수하고 해외 투자 유입이 활발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3국에 주목했다.
반도체는 이들 3국의 최대 수출 산업으로, 2022년 기준 이들 3국이 세계 반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과 한국의 반도체 연평균 수출 증가율이 각각 9.9%, 9.3%인 것에 비해 말레이시아는 10.7%, 베트남은 27.3% 등으로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세계 반도체 수출 5위 국가로, 전 세계 반도체 조립·테스트·패키징(ATP) 공정의 13%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페낭 지역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구축돼 최근까지도 활발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아세안 3국에 인텔, 삼성, 글로벌파운드리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투자가 쇄도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도 미국의 대중 압박을 피할 목적으로 이들 국가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이후 말레이시아 페낭 지역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기존 16개에서 55개까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국은 정부 차원에서도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법인세 감면을 통한 해외 투자 유치, 기술 및 인력 양성, 반도체 생태계 조성 등에 나서고 있다.
보고서는 아세안 반도체 산업이 조립, 테스트, 패키징 등 후공정 위주의 구조로 짜여 있어 기술 및 장비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제재 대상과 거리가 멀다고 분석했다.
특히 패키징은 범용 장비를 사용하고 개별 업체의 노하우가 중요한 분야로, 제재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향후 미국 신정부가 반도체 관련 제재를 강화하고 첨단 패키징의 자국 생산을 유도하더라도 첨단 패키징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아세안과의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후공정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한국도 아세안 3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현지 진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허슬비 무역협회 연구원은 "아세안은 반도체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이자 한국의 후공정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대상"이라면서 "아세안 각국의 대미·대중 협력 정도가 다른 만큼 미국 신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맞춰 맞춤형 협력 전략 및 리스크 분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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