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주민들 "우리 휴전은 언제…겁나고 버려진 기분"

입력 2024-11-27 14:18   수정 2024-11-27 14:43

가자지구 주민들 "우리 휴전은 언제…겁나고 버려진 기분"
기대감·좌절감 혼재 속 이스라엘 공세 가자 집중 우려도
미국 등 국제사회 가자 휴전 추진에도 휴전 전망은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전쟁이 레바논에서 끝나면 가자에서도 끝나야죠. 우리만 남겨질까봐 겁이 나요."
가자지구 주민 사미아 야신(32)은 26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 간 휴전 협상을 지켜보면서 기대감과 초조함이 뒤섞여 복잡해진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그는 "우리를 혼자 남겨두고 국제사회가 레바논의 편에 서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라며 "전쟁이 가자에서도, 레바논에서도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자녀를 둔 가자 주민 칼릴 유세프(45) 역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이 가자지구 휴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털어놨다.
그는 이스라엘이 합의를 준수하지 않아 휴전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레바논과 가자에서 전쟁이 같이 끝났으면 좋겠다. 우리는 우리와 상관도 없는 전쟁의 희생자들이고 이렇게 몇개월 지났으면 충분하지 않은가"라며 답답해했다.
가자 주민들은 레바논에서만 휴전이 이뤄졌다는 좌절감과 함께 이스라엘의 공세가 앞으로 가자지구에 집중될 것이라는 공포도 토로했다.
다섯 아이를 둔 압델 가니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합의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에 "가자는 불공정한 국제사회로부터 지원도 못받고 자비도 못얻는 고아라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두 지역에 한 가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국제사회에 화가 난다"고 했다.
여섯 아이를 둔 엄마 자케야 레지크(56)도 로이터에 "전쟁의 확대는 모두를 위한 하나의 해결책을 의미한다고 기대했는데 무시무시한 (이스라엘의) 점령 앞에 혼자 남겨졌다"며 "얼마나 더 죽어야 전쟁이 끝나는 것인가. 가자 전쟁은 중단돼야 한다. 사람들이 매일 폭격당하고 굶주리고 기진맥진한 상태"라고 전했다.


주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가자지구의 휴전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지난 14개월간 4만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H.A. 헬리어 선임연구원은 CNN에 레바논에서 휴전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서 가자지구의 휴전 합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자지구 휴전에 대한 협상이 오랫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이스라엘도 인질 석방 협상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합의를 계기로 가자지구 휴전까지 끌어내겠다는 태세지만 약 두 달 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다는 점이 변수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당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며 텔아비브의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등 친이스라엘 기조를 유지했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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