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펀드'부터 MBK까지…갈수록 커지는 사모펀드 시장

입력 2024-11-28 06:05  

'장하성 펀드'부터 MBK까지…갈수록 커지는 사모펀드 시장
IMF 직후인 2004년 도입 후 약정액 연평균 20% 급성장
2021년 이후 투자자 보호 강화·고금리에 조정기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2018년 10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코웨이를 웅진그룹에 되팔아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경영난에 처한 웅진그룹에서 코웨이 지분 30%와 경영권을 1조1천억원에 인수한 지 5년 7개월 만이었다. 두 차례의 블록딜과 자본 재조정, 배당, 지분 매각까지 합쳐 거둔 투자이익은 총 1조원에 달했다.
MBK파트너스는 전례 없는 투자 성과와 함께 유수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는 인수합병(M&A) '큰손'으로 아직 설익은 국내 사모펀드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국내 사모펀드는 지난 20년간 극적인 성장을 이뤘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글로벌 사모펀드와 비교하면 여전히 초년병에 가깝지만, 이제 시장 규모는 물론 운용사(GP)의 운용 측면에서도 일정한 궤도에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8일 금융감독원과 자본시장연구원, 삼일PwC경영연구원 등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사모펀드가 도입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4년이다.
외국계 자본이 독점하다시피 한 국내 기업 구조조정 시장에 토종 자본의 진출을 허용하기 위해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과 시행령을 시행하면서부터다.
이후 국내 사모펀드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커졌다.
2004년 말 총 4천억원 규모로 두 개의 펀드가 결성된 이후 2023년 말 현재 출자 약정액은 136조4천억원, 펀드 수는 1천126개로 급성장했다.
2005∼2023년의 19년 동안 연평균 각각 20.6%, 27.1%에 해당하는 성장률이다.
출자를 이행한 이행액도 지난해 말 기준 98조9천억원으로 불어났다. 약정액 대비 72.5% 수준이다.
투자 회수 규모는 18조8천억원으로 제도 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도별로 국내 사모펀드는 2004∼2007년 준비기, 2008∼2011년 도약기를 거쳐 2012년부터는 투자 회수를 본격화하고 사모펀드 간 운용 능력 차별화 등이 진행되는 성장기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운용사 트랙 레코드가 축적되며 자금 모집 규모 측면에서 선도 운용사와 기타 운용사 간 분화도 일어났다. 해외 투자 비중도 증가했다.
투자 분야별 비중은 2023년 4월 말 기준 소프트웨어 9%, 레저 9%, 산업재 9%, 헬스케어 8% 등이고, 해외 투자 지역은 베트남과 중국, 일본, 미국, 홍콩 등이다.
그러나 2021년 이후에는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후속 조치로 투자자 보호 강화에 중점을 둔 사모펀드 체계 개편이 진행되고, 저금리 시대 종료에 따른 자금 모집 및 투자 감소가 나타나면서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2022년부터 2023년 말까지 사모펀드 결성 규모와 수, 운용사 수는 각각 연평균 8.6%, 3.6%, 3.5% 증가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사모펀드의 총 약정액이 직전 분기 대비 1.7% 감소해 분기 기준으로 6년 만에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부터는 한국과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자금 조달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모펀드 제도 도입 이후 국내에서는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 스틱인베스트먼트[026890] 같은 사모펀드 운용사가 덩치를 키우면서 시장에 자리 잡았다.
이들 운용사 중에서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약정액 순위 1위는 2023년 말 기준 한앤컴퍼니로, 13조6천53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MBK파트너스(11조8천413억원), 스틱인베스트먼트(6조4천758억원), IMM프라이빗에쿼티(6조4천710억원), IMM인베스트먼트(5조5천879억원)가 뒤따랐다.
이 가운데 한상원 전 모간스탠리 PE 한국 대표가 세운 한앤컴퍼니는 최근 세계 2위 자동차 열관리 시스템 기업인 한온시스템[018880]과 남양유업[003920] 등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박태준 전 국무총리의 사위인 김병주 회장이 이끄는 MBK파트너스도 그동안 컨소시엄을 구성해 ING생명, 홈플러스, 두산공작기계 등을 인수한 바 있다.
최근에는 영풍[000670]과 손잡고 고려아연[010130]에 대해 공개 매수에 나서며 다시금 자본시장의 화두가 됐다.
이와 함께 트러스톤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등은 기업 경영이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가 상승을 노리는 행동주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시초는 2006년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설립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로, 일명 '장하성 펀드'로 불리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다 2012년 청산됐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모펀드는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한편, 자본 시장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국내 기업과 자본 시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국내 사모펀드는 가치 제고 역량을 지속적으로 배양해 나가야 하며 특히 피투자 기업의 수익성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ng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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