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박지현씨 "러 파병 북한군 포로 北송환 막아야"

입력 2024-11-28 00:16  

탈북민 박지현씨 "러 파병 북한군 포로 北송환 막아야"
파리 北인권 세미나서 "한국 정부가 받아줄 수도" 제안
"북 정권, 인권 문제에 민감…유럽이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야"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단될 경우 우크라이나군에 전투중 붙잡힌 북한군 포로는 인권을 고려해 북한에 돌려보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재영 탈북민인 박지현 씨는 27일(현지시간) 주프랑스 한국대사관과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가 파리에서 공동 개최한 북한 인권 세미나에서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이렇게 바라봤다.
박씨는 2004년 탈북해 2008년부터 영국 맨체스터에 정착했다. 현재 북한 인권운동가로서 국제사회에 북한 실상을 알리고 있다. 채세린 작가와 함께 자신의 탈북 과정과 북한 인권 실상을 담은 책 '가려진 세계를 넘어'를 집필했다.
이날 세미나는 박씨와 채 작가에게 패널들이 질문을 던지는 북토크 방식으로 진행됐다.
화상으로 세미나에 참석한 박씨는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이 투항하면 하루 세 끼 식사를 주고 따뜻한 데서 지내게 해주겠다고 하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중단하면 이들 전쟁 포로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제네바 협약에 따라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처벌받을 것이며 그 가족과 친인척도 고통받을 것"이라며 "국제 사회가 이들을 도울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씨는 연합뉴스와 별도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가 이들을 난민으로 받아주거나, 임시 여권이라도 만들어 제3국으로 가게 하면 한국 정부가 나서서 이들을 받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탈영해 우크라이나에 투항했거나 포로로 잡힌 북한군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박씨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병사의 월급은 모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주머니로 들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월급은 한 명당 1천500달러, 전쟁에 직접 참여하면 2천500달러, 사망하면 1만 달러라는 얘기가 있다"며 "이들은 실상 군인으로 파견된 게 아니라 김정은이 러시아에서 원하는 핵잠수함 기술 등을 받기 위한 돈벌이용으로 파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당국은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파병 갔다 사망한 군인 부모들의 항의나 내부 반란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미나에서는 북한 인권을 개선하고 북한 사회 내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국제 사회, 특히 유럽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공유됐다.
채 작가는 "북한은 국제 사회가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민감하다"며 "김정은 정권은 이런 비판이 체제를 약화하고 김씨 일가의 권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맥락에서 문명의 요람이자 인간 존엄성 정신의 본거지인 유럽은 인권 문제를 활용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유럽연합(EU) 27개국 중 26개국이 북한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만큼 북한과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채 작가는 유럽이 이산가족 상봉 같은 '비위협적' 프로젝트를 북한에 제안함으로써 북한과 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예를 들기도 했다.
행사를 주최한 문승현 주프랑스 한국 대사 역시 "북한은 남한이나 일본, 미국의 말은 듣지 않지만 유럽 국가들의 이야기는 최소한 들으려고는 한다"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주는 게 사회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문 대사는 특히 "하룻밤 사이에 북한 사회가 바뀔 수는 없지만, 우리가 북한 주민들에게 초점을 맞춰 그들을 일깨우면 비록 느리긴 하지만 미래에 엄청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한국은 국제 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북한 인권 상황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를 공동 주최한 IFRI의 마크 줄리엔 아시아연구소장은 "프랑스나 유럽 차원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정보가 적기 때문에 이런 세미나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러시아와 북한이 동맹을 강화하는 시국에 한국과 프랑스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더 높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10주년을 맞아 프랑스 외에도 오스트리아, 스위스, 영국, 벨기에 등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조명하는 각종 세미나와 포럼 등이 열렸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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