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업무 공무원 신원 공개한 글 공유하며 "가짜 일자리 너무 많아"
지목 당한 인사에 머스크 팬들 공격…공무원노조 "겁박 의도" 비판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공무원 조직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리에 있는 공무원의 신원을 온라인에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머스크는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 구조조정을 담당할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을 맡을 예정인데 그는 정부내 관료주의와 낭비성 지출을 줄이기 위해 연방정부 공무원을 대거 줄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문제는 그가 일부 공무원 신원을 온라인에 공개해 그의 수많은 지지자가 공격할 수 있는 '좌표'를 찍었다는 것이다.
2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주 엑스(X·옛 트위터)에서 기후 관련 공직을 맡은 4명의 이름과 직책을 담은 게시글 2건을 공유했다.
머스크는 납세자가 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의 '기후 다변화 국장'을 고용하기 위해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글에 "가짜 일자리가 너무 많다"는 댓글을 달았다.
USIDFC는 저소득 국가의 기후 변화 대응 등을 돕는 투자를 지원한다.
이 보직을 맡은 여성은 머스크의 게시글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폐쇄했다.
머스크는 에너지부 산하 대출 프로그램 사무국의 최고기후책임자인 여성도 지목했다.
이 사무국은 초기 투자가 필요한 에너지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데 2010년 테슬라에 4억6천500만달러(약 6천500억원)를 지원했다고 CNN은 지적했다.
머스크의 표적에는 보건복지부의 환경 정의 및 기후 변화 선임 고문과 주택도시개발부(HUD)의 선임 기후 고문으로 일하는 여성들도 포함됐다.
머스크는 HUD의 '기후 고문'이 납세자한테 18만1천648달러(약 2억5천만원)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공유하고서 "하지만 어쩌면 그녀의 조언이 대단할 수 있다"는 댓글과 웃는 이모티콘을 달았다.
CNN은 머스크가 지목한 공무원들에 부정적인 관심이 쏟아졌으며, 일부 다른 공무원도 머스크 때문에 자신이 위협받거나 직장을 그만둬야 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방공무원노조(AFGE)의 에버렛 켈리 위원장은 "이런 전술은 연방 공무원에 공포와 두려움을 심으려는 게 목적"이라면서 "공무원들이 겁을 먹어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머스크에게 이런 행동이 처음이 아니라고 CNN은 설명했다.
머스크는 자기를 방해하거나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공개적으로 지목한 경우가 잦았다.
메리 커밍스 조지메이슨대 컴퓨터공학 교수는 "사람들이 그만두도록 겁박하거나 다른 모든 기관에 '다음은 너'라는 신호를 보내는 그의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커밍스 교수는 자동차 안전 규제 기관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 근무할 때 테슬라의 운전자 보조 프로그램을 비판하며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머스크의 분노대상이 됐다.
머스크는 당시 트위터에서 커밍스를 비판했고, 커밍스는 머스크의 수많은 팬으로부터 살해 위협 등 공격을 당해 거주지를 옮겨야 했다.
CNN은 사이버 괴롭힘과 온라인 학대 등을 주로 다루는 전문가와 학자들을 접촉했지만, 몇 명은 자신이 머스크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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