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4→2.2%, 내년 2.1→1.9%로 하향 조정…"무역갈등 격화 시 내년 1.7%"
2026년 성장률 1.8% 제시로 '1%대 고착화' 우려 던져
물가상승률 전망은 올해 2.5→2.3%, 내년 2.1→1.9%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과 내후년은 1%대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28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다. 지난 8월 전망보다 0.2%포인트(p)를 낮췄다.
지난 1분기 이례적으로 높은 1.3%(전분기 대비 속보치)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분기 성장률이 -0.2%로 하락하고 3분기도 0.1%에 그친 점을 반영한 결과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의 성장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약화했다"며 "내수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수출은 정보기술(IT) 부문 회복세 약화, 주력 업종에서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에 영향을 받아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전망치를 지난 2022년 11월(2.3%) 이후 지난해 2월(2.4%), 5월(2.3%), 8월(2.2%), 11월(2.1%), 올해 5월(2.5%), 8월(2.4%) 등으로 수정해왔다.
이번 한은 전망치 2.2%는 정부의 기존 전망치(2.6%)를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각각 제시한 2.5%보다 낮은 수준이다.
해외 투자은행(IB) 중에 바클리, 씨티, HSBC, UBS(각 2.3%)보다 낮다. 골드만삭스(2.1%)보다는 높고 JP모건, 노무라(각 2.2%)와 같은 수준이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1.4%, 설비투자 증가율은 1.5%로 각각 예상했다.
지난 8월 전망보다 민간소비는 0.2%p 낮아지고, 설비투자는 1.3%p 높아졌다.
건설투자는 -0.8%에서 -1.3%로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아울러 재화수출은 6.9%에서 6.3%로, 재화수입은 1.6%에서 1.1%로 조정됐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9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사양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금액 증가 등을 반영해 지난 8월 전망(730억달러)보다 170억달러 높였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17만명으로, 당초 예상(20만명)보다 줄어들 것으로 봤다. 제조업과 건설업 업황 부진으로 노동 수요가 줄어들 것을 고려한 결과다.
실업률은 2.9%에서 2.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한은이 추산한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수준으로,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한은은 미국이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관세를 공세적으로 부과하고, 불법 이민에 강력한 통제 조치를 시행하고, 법인세를 인하할 가능성을 전제했다.
만에 하나 글로벌 무역 갈등이 격화할 경우 내년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도 0.2%p 더 낮은 1.7%를 기록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내년 성장률이 2.1%로 오를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이 총재는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커진 교역환경의 불확실성을 일부 반영해 수출 증가율이 예상보다 상당 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나아가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했다. 경쟁 심화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를 구조적 요인으로 전제하고 수년 간의 1%대 성장 고착화 우려를 던진 것이다.
한은은 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3%로 0.2%p 하향 조정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2.1%에서 1.9%로 낮췄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소 상승했지만, 국제 유가가 우려했던 것보다 안정세를 나타내고 농산물 가격 상승세도 둔화함에 따라 전망치를 수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2.9%) 이후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나타냈다. 9월(1.9%)부터는 1%대로 내렸고 10월에는 1.3%로 2021년 1월(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내년 물가에 대해 "환율 상승, 공공 요금의 인상 압력 등이 상방 요인, 유가 하락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하반기 이후 목표 수준 내외에서 등락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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