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어진 가자 휴전…"트럼프에 '묘지의 침묵' 선사할 수도"

입력 2024-11-28 11:24  

더 멀어진 가자 휴전…"트럼프에 '묘지의 침묵' 선사할 수도"
네타냐후, 극우 압박 속 가자 공세 집중 전망…전시상황이 개인적으로도 이득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휴전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도 멈추길 바라지만 이는 일단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은 가자지구의 평화 도래 가능성을 더 낮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가자지구 휴전을 어렵게 만드는 이스라엘 국내 정치적 요소들을 분석했다.
우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둘러싼 극우 연정 파트너들이 가자지구 휴전을 막는 큰 걸림돌로 평가된다.
가자지구 '합병론자'인 이들이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선 중단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최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자발적 이주 장려'를 통해 팔레스타인 인구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며 "우리는 가자지구를 정복할 수 있고, 정복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가디언은 레바논과 가자지구 상황의 중요한 차이는 이스라엘 극우파가 가자지구에 대해선 합병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휴전을 결정할 경우 이는 실제 연정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네타냐후 총리가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는 등 정치적 궁지에 몰려있단 점도 가자지구 휴전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네타냐후 총리는 세금 우대 입법 등을 원하는 해외 사업가들에게서 샴페인, 시가, 보석 등 19만5천달러(약 2억7천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배임·사기)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뒤 법원 심리는 지연을 거듭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 측 변호인단은 그의 전쟁 지휘 등을 사유로 내달 2일로 예정된 피고인 출석을 연기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가디언은 부패 혐의를 받는 네타냐후 총리가 '전시 지도자' 지위에 점점 더 기대고 있다며 "레바논에서 전쟁이 없는 상황에서 그는 가자지구 전쟁에 더욱 의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딜레마를 안길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가자지구 전쟁이 조속히 종식돼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극우 연정 파트너 사이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무자비한 공세를 강화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선사하는 평화가 '묘지의 침묵'이 되도록 할 수도 있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이 아닌 대규모 살상을 포함한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을 굴복시켜 전쟁을 끝내려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헤즈볼라와 휴전 합의를 타결하는 와중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33명이 숨지고 13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은 좌절감과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전쟁 장기화로 건물은 파괴되고 식수와 식량이 턱없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이웃 레바논의 휴전 소식까지 전해지자 미래에 대한 암담함이 더욱 커진 것이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쟁이 시작된 뒤 주민 4만4천명 이상이 사망하고 약 10만5천명이 다쳤다.
연료 부족으로 구급차가 공습 피해현장으로 출동하지 못한 사례도 전해졌다.
마흐무드 바살 팔레스타인 민방위국 대변인은 이날 이스라엘이 가자시티의 알타바인 학교를 공습했지만, 연료가 부족해 구조 인력과 장비를 보낼 수 없었다며 이후 기부를 통해 연료를 확보한 뒤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hrs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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