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내년 '사도광산 추도식'엔 한국이 참석할 수 있을까

입력 2024-11-30 07:07  

[특파원 시선] 내년 '사도광산 추도식'엔 한국이 참석할 수 있을까
日, '정무관 야스쿠니 참배 보도' 사실관계에만 집착…추도사 내용 등은 외면
진정성 있는 대응·'강제동원' 언급 필요…日, 추도식 의미 되짚어봐야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한국 측도 옳고 그름에 대해 확실히 알았다. 한일관계 전체에는 그렇게까지 영향은 없을 것이다."
교도통신이 '사도광산 추도식'에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의 2022년 8월 15일 야스쿠니신사 참배 보도를 정정한다고 지난 25일 발표한 직후 일본 외무성 간부가 아사히신문에 했다는 말이다.
한국이 문제시했던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으니 양국이 갈등을 빚었던 사도광산 추도식이 향후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본 언론은 한국 정부가 사도광산 추도식 하루 전날인 23일 불참을 결정하자 줄곧 그 배경으로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보도를 연결 짓는 경향을 보였다.
예컨대 지지통신은 27일 서울발 기사에서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정정 보도를 계기로 한국 정부는 사태 수습에 고심하고 있다. 보도에 반발한 여론에 밀려 독자 추도 행사를 개최했지만, 치켜든 주먹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일본 언론 다수는 한국이 차관급인 정무관 이상의 고위 인사 파견을 원했고, 일본 정부가 그 요청을 수용했으므로 이번 대응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외무성 측 입장도 전했다.
일본에서 일련의 보도를 접하면서 일본 정부와 언론은 자국이 추도식에 나름 성의를 보였지만, 한국이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오해한 탓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여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일본 언론이 오로지 이쿠이나 정무관의 참의원(상원) 의원 취임 이후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에만 집중하면서 그가 2022년 7월 선거 당시 징용 피해자 배상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답했다는 사실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 답변만 놓고 본다면 그는 일제강점기 징용과 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일본과 강제성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하는 한국 가운데 태도를 바꿔야 하는 쪽은 한국이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쿠이나 정무관의 정치적 성향이나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추도식을 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 정확히는 사도섬에 강제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를 진정으로 추모하려는 마음가짐과 자세다.
한국과 일본은 이번 추도식을 협의하면서 행사 명칭은 물론 일본 측 추도사 내용에서도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추도식을 준비한 지자체와 실행위원회는 조선인을 포함한 사도광산 노동자 추도보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념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
하나즈미 히데요 니가타현 지사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이 됐다'고 관계된 분들에게 하는 보고회와 같은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카노 고 실행위원장은 추도식 개회사에서 "사도광산이 세계의 보물로 인정된 것을 보고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큰 기쁨"이라고 언급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이 일본 정부를 대표해 낭독한 '인사말'에서는 세계유산 등재를 보고한다는 표현이 없었지만, 조선인 강제노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내용도 없었다.
"한반도에 온 노동자분들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 상황 하에서라고 해도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땅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며 갱내의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곤란한 노동에 종사했다. 종전(終戰)까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유감스럽지만, 이 땅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
조선인 노동자를 언급한 대목은 감상적 수사가 일부 있을 뿐, 찬찬히 곱씹어보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 입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인상을 줬다.
일본 정부는 전쟁을 벌이면서 국가총동원법에 근거한 국민 징용령을 내렸고, 이를 바탕으로 각지에서 노동자를 동원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이 말한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당시 기준으로 합법적 수단인 징용 등을 통해 조선인이 사도광산에 왔음을 암시하는 표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한반도에서 온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강제로 끌려 왔다는 의미인 '강제연행'과 '연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8일 국회에서 추도식을 불참한 결정적 이유가 '추도사'였다면서 "강제동원의 성격에 관한 내용이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만일 일본이 내년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추도사를 고집한다면 한국이 추도식에 참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은 넓은 시각에서 사도광산 추도식 의미와 역사를 곰곰이 되짚어보고 마음을 담은 진정성 있는 추도 행사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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