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동력·아날로그 이미지 탈피 절실한 日…디지털청 출범·세제 혜택
삼쩜삼·한컴·코르카 등 진출 모색…"국내 스타트업 활성 사례와 유사"
(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정부 주도 아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육성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에 힘입어 핀테크(금융 기술)·인공지능(AI) 등 국내 기업의 일본 진출 시도도 활발해지고 있다.
1일 ICT 업계에 따르면 세무 애플리케이션 '삼쩜삼'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는 지난 10월 31일 일본 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일본 법인을 필두로 자비스앤빌런즈는 일본 세금 기술 관련 기업과 인수 및 합작 법인 설립 등을 논의 중이다.
한글과컴퓨터[030520](한컴) 역시 지난 10월 일본 법인을 설립했으며, 정식 출시를 앞둔 문서 AI 설루션을 필두로 현지 진출을 준비 중이다.
올해 초 한컴은 스페인 AI 생체 인식 기업 '페이스피'에 지분을 투자해 AI 생체 인식 보안 기술에 대한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독점 사업권도 확보했다. 한컴은 해당 기술을 활용해 금융 보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본 사업을 구상 중이다.
이런 시도는 현재 일본에서 디지털 전환(DX)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며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생산 가능 인구 감소, 생산 설비 노후화, 첨단 기술 투자 부진 등 성장 동력이 둔화함에 따라, 디지털 개혁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행정 절차를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도장 문화'와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패널 자료 등 '아날로그' 문화를 고수한다는 이미지도 이 같은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ICT 분야의 투자 규모 및 질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발간한 '일본 디지털 전환 전략과 새로운 진출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ICT 투자액은 2000년 1천998억 달러를 정점으로 2020년 1천757억 달러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ICT 투자액이 4천195억 달러에서 7천834억 달러로 확대된 것과 대비된다.
더군다나 일본의 이런 ICT 투자마저도 80%는 기존 IT 시스템 유지·보수 등 '방어적' 성격의 투자로, 신규 사업 창출을 위한 '공격적' 투자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코트라는 전했다.
AI·데이터 분석 전문가가 부족하고,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DX 추진율이 낮은 것도 과제다.
일본 정부가 디지털 대전환 정책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디지털 인프라의 약점이 노출된 일본은 2021년 행정 시스템 표준화 및 클라우드화, 민간 부문 디지털화 등 디지털 개혁을 주도할 디지털청을 출범시켰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전 총리는 지난해 '디지털 행정·재정 개혁회의'를 발족, 공공 서비스 시스템 통일 및 디지털 활용을 저해하는 규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제 혜택도 적극 시행 중이다. 2021년 일본 정부가 산업 분야 디지털 전환(DX) 촉진을 위해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관련 투자에 3% 세액 공제 또는 30%의 특별상각을 인정하는 'DX 투자 촉진 세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노력과 세계 3위 경제 대국의 내수 시장, 소프트웨어 산업 역량 등이 국내 기업으로 하여금 새로운 '노다지'로 일본을 선택하게 만드는 배경이 되고 있다.
삼쩜삼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가 없던 일본이 2016년 발급한 '마이넘버 카드'(일본판 주민등록증)가 현재 75% 수준의 보급률을 보인다"며 세금 환급 서비스를 선보일 여건이 일본에 점차 갖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ICT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내수 시장이 탄탄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달한 나라"라며 "전통적으로 기술력이 강하고 국가가 나서 디지털 전환을 본격 추진하는 만큼 사업적 기회도 많다"고 전했다.
국내 스타트업도 지리적 이점 등을 고려해 일본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이다.
AI 스타트업 코르카(Corca)는 이커머스 검색 설루션 '코르카 서치' 등을 내세워 내년 본격적인 일본 진출을 계획 중이다. 현지 시장에서 인지도를 구축한 뒤, 초개인화 리테일 미디어 설루션 '코르카 애즈'를 추가 공급해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코르카는 일본 정부가 발표한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에 대해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해당 계획은 2027년까지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 100개 이상을 육성하고, 10조엔 규모의 스타트업 투자 계획을 골자로 한다.
정영현 코르카 대표는 연합뉴스에 "일본 정부는 최근 디지털 대전환 기조에 발맞춰 스타트업 육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일본판 모태펀드 결성 계획과 2027년까지 10조엔 규모의 스타트업 투자 계획은 2005년 한국 모태펀드 조성 이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된 사례와 유사한 흐름으로 코르카에게도 큰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hyuns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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