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50년] ③ 50만배 확장 비결은 R&D…"주 52시간 모자라"

입력 2024-12-02 07:05   수정 2024-12-02 07:46

[삼성 반도체 50년] ③ 50만배 확장 비결은 R&D…"주 52시간 모자라"
NRD-K에 2030년까지 20조 투입…"경쟁력 위해 제도적 뒷받침 필요"
정보 보호·인력 관리 주력…정부도 세제 혜택 등 산업 경쟁력 지원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한지은 기자 = 1983년 64킬로비트(Kb) D램으로 시작해 작년 9월 현존 최대 용량인 32기가비트(Gb) DDR5 D램을 발표하기까지.
지난 50년간 50만배 용량으로 확장한 삼성전자 반도체의 폭발적인 성장은 연구개발(R&D)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반도체 경쟁력은 R&D에서'…불황에도 투자 지속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7년간 실적에 부침이 있어도 R&D 투자를 매년 늘려가고 있다.
올해 3분기 R&D 비용 집행 규모는 8조8천700억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1분기 7조8천200억원, 2분기 8조500억원 등 매 분기 최대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연간 전사 영업이익이 6조5천700억원에 그친 작년에도 R&D에 28조3천400억원을 투자했다. 이때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사상 처음 두 자릿수(10.9%)를 기록했다.
공격적인 R&D 투자는 기술 초격차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1983년 부천사업장에 첫 반도체연구소를 설립해 독자적인 연구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6년 화성캠퍼스에 R&D 메인기지 역할을 하는 NRD 라인을 건설했다.
'세계 최초'로 인정받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다양한 혁신 기술은 반도체연구소의 연구 개발을 거친 끝에 각 사업부로 이관돼 양산까지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20조원을 들여 반도체 사업 태동지인 기흥캠퍼스에 R&D 단지 'NRD-K'를 조성하기로 하고 지난달 18일 설비 반입식을 열었다. 이곳은 앞으로 삼성전자가 공정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데 첨병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2022년 8월 NRD-K 기공식에 직접 참석했으며, 작년 10월에도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초격차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 "초격차 위해 주 52시간이 모자라"…반도체법 6개월째 계류
현장에서는 기업의 투자와 별개로 R&D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을 담은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이 논의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지난달 28일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열린 정부·기업 초청 간담회에서는 연구를 30분만 더하면 되는 상황에 장비 전원이 꺼져 다음 날 다시 2시간 동안 장비를 세팅하면서 연구가 지연되는 등의 현장 사례가 소개됐다.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이나 일본처럼 근로자와 기업의 근로 시간 선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반도체특별법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소득 전문직 근로시간 규율 적용 제외)과 재정 지원 등에 대한 여야 합의가 늦어지며 6개월째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메모리 수요가 범용에서 맞춤형으로 가고 있어 R&D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도체 산업은 주 52시간 적용 예외로 하자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반도체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투자금에 대해 높은 세액공제율을 적용하는 제도도 올해 말 일몰 기간이 도래한다.
이에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통해 3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으나, 반도체 클러스터 등 장기 투자가 계획된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업은 대규모 자본 투자를 통한 설비·시설 구축이 필수적이고, 투자 결정부터 양산까지 최소 3∼4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최소 10년 이상의 일관된 투자 지원 정책 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부도 '반도체 생태계' 강화…"반도체법 논의 적극 참여"
정부도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나섰다.
미국, 일본, 대만 등 세계 각국이 사활을 걸고 막대한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 등을 쏟아붓는 것에 대응해 수도권 남부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산업 전반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이슈점검회의에서 총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으로 18조1천억원, 연구개발(R&D)·인력양성 등에 5조원 이상, 도로·용수·전력 공급 등 인프라에 2조원 이상을 각각 투입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달 27일에는 경제부총리가 나서서 경기 남부에 조성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위한 송전선로 지중화 작업 비용을 정부가 분담해 사업 추진을 지원하고,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 공제율을 상향하고, 연구개발 시설 투자에 세액공제를 늘리는 등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내년 한 해 동안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팹리스, 제조 등 전반에 대출, 보증, 보험 등 정책금융을 14조원 규모로 공급하기로 했다.
1천200억원의 신규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조성하고, 연내 200억원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상생 펀드' 투자도 추진한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의 반도체특별법 제정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추가적인 재정 세제지원 과제도 국회와 협의해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write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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