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3대 교역국' 베트남 진출기업 55% "기술유출·위협 경험"

입력 2024-12-02 06:00  

'韓 3대 교역국' 베트남 진출기업 55% "기술유출·위협 경험"
산업연구원 보고서…'외국인·한국인 직원이 기술자료 탈취해 경쟁사 이직"
"국가기술 유출 방지 위해 정부 차원의 신고체계·국제소송 지원 등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중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국으로 떠오른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 절반이 핵심 기술 유출이나 위협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분쟁으로 많은 기업이 생산 거점을 베트남으로 옮기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내 기업의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예방·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베트남 진출기업 경영환경 실태조사 보고서(2024년)'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은 2022년 일본을 제치고 처음 한국의 3대 교역국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에도 이 자리를 지켰다.
한·베트남 교역은 지난 2014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급격히 성장했다.
산업연구원은 이처럼 베트남의 중요도가 상승하자 2021년부터 매년 베트남 진출 기업에 대한 경영환경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7∼8월 진행한 올해 설문 결과 베트남에 진출한 335개 한국 기업 가운데 50.1%는 올해 이익이 작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익 감소를 예상한 기업은 13.5%에 그쳤다.
올해 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업종은 선박 등 기타 제조 및 부품(85.7%), 화학(80.0%), 자동차·부품(75.9%), 금융(60.0%). 기타 서비스(54.1%) 등 다양했다.

베트남 진출 국내 기업들은 자사의 '핵심 기술 자산'으로 기술 인력(37.9%)과 고객거래처 등 경영정보(23.8%)를 가장 비중 있게 꼽았다. 생산제품 레시피(14.1%), 제품도면·소스 코드(13.6%), 생산공정 자료(10.7%) 등도 핵심 기술 자산으로 평가했다.
기술 유출 또는 위협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설문에 54.6%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비율은 지난해 조사 결과(34.6%)와 비교하면 크게 상승한 것이다.
기술 유출 또는 위협 경험 시기로는 현지 운영 단계(74.7%)가 해외 진출 단계(17.4%)나 철수 단계(7.9%)보다 많았다.

기술 유출·위협 행위자로는 외국인 고용원(28.3%)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으나 협력업체(22.1%), 경쟁업체(22.1%), 한국인 고용원(20.4%) 등도 적지 않았다.
업종별로 보면 '외국인 고용원'을 기술 유출·위협 행위자로 지목한 기업은 자동차·부품(100%), 화학 기업(42.9%) 등에 몰려 있었다.
반도체 업종은 '한국인 고용원'(40.0%), 금융 업종은 '경쟁업체'(50.0%), 물류 업종은 '협력업체'(33.3%) 등을 각각 기술 유출·위협 행위자로 지목했다.
기술 유출 발생 원인으로는 조직 및 정책, 문서, 인원 등 관리보안 미흡을 꼽은 경우가 50.9%로 가장 많았다. PC, 휴대전화, 정보통신기기 등 기술 보안 미흡(29.1%), 출입 통제, 자산통제, 폐쇄회로TV(CCTV) 등 물리보안 미흡(20.0%) 등도 원인으로 나타났다.
박병열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설문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외국인 직원이나 한국인 직원이 기술자료를 탈취한 뒤 경쟁사로 이직하는 형태의 기술 유출·위협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기술 보호를 위해 신고·상담 체계 구축(31.2%)과 보안 체계 컨설팅 지원(26.6%)을 가장 원했다. 해외 진출 시 기술 보호 가이드나 국제소송 절차·지원 관련 안내서, 현지 보안 컨설팅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나왔다.
박 부연구위원은 "회사의 핵심 자산인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기업이 자체 보안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나, 정부 차원에서도 사전·사후 지원을 통해 국가 기술 유출을 철저히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한 신고·상담 체계를 구축하고 원활한 국제소송 진행을 위한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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