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특별한 자원이 없기 때문에 수입한 원료나 중간재를 완제품으로 만들어 다시 해외시장에 내다 파는 수출이 주요 수입원이었다.
무역협회의 분석을 보면 작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액의 비중은 35.7%로 2020년대 들어 최고였다. 작년 실질 경제성장률 1.36%에서 수출기여도는 1.17%포인트(p)였으니 전체 경제성장의 86.1%가 수출에 의존했다는 계산이다. 수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취업자 수가 전체 취업자 중 17%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지난 1일 발표된 11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1.4% 늘었다. 14개월째 이어진 플러스 행진이었고 무역수지도 18개월째 흑자를 지속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30.8%나 늘면서 최대 실적(같은 달 기준)을 기록하는 등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수출실적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불안한 숫자들이 곳곳에 보인다. 우선 수출 증가율이 넉 달째 하락해 작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0월엔 주력 수출 품목 15개 중 10개 수출이 늘었는데 11월엔 이중 반도체 등 5개만 플러스였다. 자동차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도 불안하다.
내년 수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고율 관세 정책 때문에 가장 걱정되는 분야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중국엔 60%의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해왔고 지난달엔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고율 관세가 실행된다면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면서 그 이유로 내수 회복 부진과 함께 수출 증가세 둔화를 꼽았다. 중국의 기술력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업종에서 수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데다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은은 올해 재화 수출이 6.3% 증가하지만 내년엔 증가율이 1.5%, 2026년 0.7%로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의 해외 생산 증가나 공급망 변화 등 생산구조나 여건이 달라진 측면이 있지만 내년은 올해보다 수출 환경이 어려워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대미 수출 여건의 변화에 대응하는 게 우선이지만, 초격차의 기술 개발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회복하고 수출선 다변화, 서비스 산업 육성 등에도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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