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법무부 정치화' 하나만큼은 같은 목소리"
"'트럼프만 그런 거 아냐' 냉소주의 부추겨 사법 공정성 저해"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제 한가지만큼은 동의한다. 바이든의 법무부가 정치화됐었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차남 헌터를 전격 사면하자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이 해왔던 불평을 반복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헌터에 대한 기소가 선택적으로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 이중적 사법 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검찰을 공격했다.
그는 "끊임없는 공격과 선택적 기소에도 불구하고 5년 반 동안 (무엇에 취하지 않고) 온전한 정신으로 지내온 헌터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들이 있었다"며 "그들은 헌터를 무너뜨리려고 하면서 나를 무너뜨리려 했다. 그것이 여기서 멈출 것이라고 볼만한 이유가 없다.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그 자신이 오랫동안 옹호해왔던 사법 시스템의 공정성을 뒤집는 것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과도 맥락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논란을 부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바이든 정부의 사법 시스템이 무기화됐다'며 자신을 '선택적 기소의 희생양'이라 주장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면은 결국 민주당이 법무부의 진실성을 수호하고 트럼프 당선인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법무부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에 맞서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정적들을 응징하겠다고 공언한 '충성파' 캐시 파텔을 발탁했다.
민주당은 또 트럼프 당선인이 사면권을 남용해 측근들을 사면한 것을 비판하는 것 역시 어려워질 것이라고 NYT는 내다봤다.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던 바이든 대통령이 기존의 입장을 뒤집으며 결국 트럼프 당선인과 비슷한 주장을 반복하자, 민주당 안팎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아버지로서 나는 바이든 대통령을 이해한다"면서도 "그가 국가보다 가족을 우선시한 데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후대 대통령들이 남용할 수 있는 나쁜 선례로, 슬프게도 그의 명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조 월시 전 공화당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정치적 냉소주의를 부추길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냉소주의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내가 유별한 위협이 아니다. 누구나 다 그렇게 한다'고 말하도록 함으로써 그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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