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가 운명의 한 주…극우 르펜 손끝에 정부 해산될 수도

입력 2024-12-0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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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가 운명의 한 주…극우 르펜 손끝에 정부 해산될 수도
복지예산안 두고 여야 극한대치…좌파·극우 수정 공동압박
정부, '의회패싱 예산' 강행시 60여년만의 불신임 위기 몰릴듯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운명의 한 주를 맞았다.
야당, 특히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가 정부의 예산안에 반대하며 불신임 투표에 나설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정부 붕괴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2일(현지시간) 오후 3시 사회 보장 재정 법안을 심사한다. 이 법안은 건강보험, 국민연금, 가족 지원 등 각종 사회 보장 시스템의 재정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예산안이다.
RN은 정부에 최소 연금 인상, 약품 환급 축소 계획 철회 등을 레드라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나아가 하원 승인 절차를 건너뛰고 예산안을 통과시킬 경우 야당의 다른 한 축인 좌파 정당과 합세해 정부 불신임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헌법 제49조3항은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때 국무회의 승인을 받은 법안을 총리의 책임 아래 의회 투표 없이 통과시킬 수 있게 한다. 앞서 국민연금 개혁안이 이런 방식으로 통과됐다.

르펜 대표는 지난주 바르니에 총리를 향해 "내주 월요일(2일)까지는 시간이 있다"고 최후통첩을 날리며 예산안 수정을 압박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도 이날 RTL 라디오에 나와 "마지막 순간에 기적이 일어나 바르니에 총리가 오후 3시 이전까지 예산안을 수정하지 않는 한, 우리는 정부 불신임 메커니즘을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프랑스의 심각한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 지출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로랑 생마르탱 재정경제부 산하 예산 장관은 1일 일간 르파리지앵과 인터뷰에서 "지금보다 더 나아간다면(양보한다면) 국가 재정의 회복을 보장할 방법이 없다"며 "타협은 협박이 아니며 (RN의) 최후통첩은 있을 수 없다"고 RN을 비판했다.
모드 브레종 정부 대변인도 이날 아침 유럽1에 출연해 "우리는 손을 내밀었고, 여전히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의원들이 정부 불신임안에 투표해 "정부가 무너질 경우, 이는 국회의원들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와 RN 간 대치 속에 바르니에 총리는 예산안의 하원 심사 전인 오후 1시45분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중도·우파 정당들의 지도자들을 긴급 소집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 회의에서 바르니에 총리는 정부가 헌법 제49조3항을 이용해 예산안을 정부안대로 통과시킬지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야당 간 타협점을 찾지 못해 끝내 정부 불신임안이 통과된다면 예산안은 부결되고 정부는 자동으로 해산된다.
바르니에 정부가 붕괴한다면 1962년 조르주 퐁피두 정부 이후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프랑스 5공화국 역사상 최단기간 집권한 정부로도 남게 된다.
정부가 해산될 경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후임 총리를 다시 지명해야 한다. 총리 적임자를 찾는 과정이 쉽지 않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또 다른 정국 교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부 행정 기능 마비도 불가피하다.
올해 안에 예산안 처리가 안 되면 사임한 정부는 임시 예산 운영 체제를 가동해 2024년도 예산에 따라 제한적으로 재정 집행을 이어가야 한다.
이는 국제 금융 시장에서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신용 등급 하락, 국채 금리 상승, 외국인 투자 감소와 같은 경제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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