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정부, 하원 표결 없이 사회보장재정법 처리…정부 붕괴 위기

입력 2024-12-03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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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정부, 하원 표결 없이 사회보장재정법 처리…정부 붕괴 위기
바르니에 총리 "국가 미래보다 사익 우선시하면 국민이 용서 안 할 것"
극우 르펜 "정부 약속 안 지켜…불신임할 것", 좌파도 정부 결정에 반발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핵심인 사회 보장 재정 법안에 대해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바로 입법할 수 있는 헌법 조항을 사용했다.
야당은 정부가 하원의 표결 없이 예산안을 처리한 데 반발해 즉각 정부 불신임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미셸 바르니에 총리는 2일(현지시간) 오후 사회보장 재정 법안의 심사가 열리는 하원에 전격 출석해 정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헌법 조항을 발동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헌법 제49조3항은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때 국무회의 승인을 받은 법안을 총리의 책임 아래 의회 투표 없이 통과시킬 수 있게 한다. 앞서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프랑스 국민연금 개혁안이 이런 방식으로 통과됐다.
바르니에 총리는 "나는 (취임 당시) 우리가 직면한 제약에 대해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며 국가의 이익을 위해 "프랑스는 사회 보장 재정 법안과 내년도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정치 그룹들과의 대화를 끝까지 이어갔다"고 강조하며 야당과의 추가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바르니에 총리는 아울러 "프랑스 국민은 국가의 미래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는 우리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이 제가 헌법 49조3항에 근거해 법안 전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우리는 모두가 자신의 책임을 직시해야 하는 진실의 순간에 도달했다"며 "나도 내 책임을 직시하겠다"고 말했다.
바르니에 정부는 앞서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하며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약 61조원의 공공지출을 절감하고 대기업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28.5조원 규모로 증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원 내 주요 정치 세력인 좌파 연합과 극우 진영은 소비자 구매력 감소나 사회적 불평등 심화, 기업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정부 예산안을 반대해 왔다.

특히 극우 국민연합(RN)은 4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바르니에 총리는 이날 오전까지 애초 예산안에서 한발 양보해 일부 증세안과 사회보장 축소 계획을 철회했다. 결과적으로 RN의 요구 4가지 중 3가지를 들어줬다.
그런데도 RN이 마지막 요구사항까지 관철하려 들자 더 이상 타협은 없다는 취지로 헌법 조항을 발동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RN은 정부가 끝내 헌법 제49조3항을 이용해 사회보장 법안을 밀어붙이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정부 불신임안을 발의하고 투표할 것"이라며 특히 다른 정치 진영이 불신임안을 발의하더라도 이에 찬성표를 던질 뜻을 밝혔다. 정치적 스펙트럼의 대척점에 있는 좌파 진영의 발의안에도 동조하겠다는 뜻이다.
르펜 대표는 "총리는 앞서 의회 내 모든 그룹, 특히 가장 큰 그룹의 입장을 고려해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며 정부가 RN의 요구를 무시한 채 불공정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좌파 진영도 정부를 끌어내리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틸드 파노 원내대표는 "민주주의에 대한 엄청난 부정에 직면해 우리는 정부를 불신임할 것"이라며 "바르니에 총리는 가장 짧은 임기를 가진 총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RN이나 좌파 진영은 이날 중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발의 시점부터 48시간이 지난 후에 표결이 가능한 만큼 이르면 4일 오후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불신임안은 하원 재적의원의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된다. 하원 전체 재적 의원은 577명이지만 현재 2자리가 공석이라 가결 정족수는 288명이다. 현재 하원 구성상 좌파 연합과 RN 및 동조 세력 의석수를 합하면 300석이 훌쩍 넘는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바르니에 정부는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
프랑스 제5공화국 이래 정부가 의회의 불신임을 받아 해산한 경우는 1962년 조르주 퐁피두 총리 때가 마지막이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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