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업체 노스볼트 파산보호 신청
GM, LG엔솔에 미국 배터리공장 지분 넘겨
中업체들 강세…'빅5' 경쟁구도 재편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가 이어지면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업체들에도 한파가 불고 있다.
유럽 배터리의 자존심으로 통하던 노스볼트가 지난달 말 파산하면서 충격을 준 데 이어 제너럴모터스(GM)가 LG에너지솔루션에 미국 합작 공장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데에도 전기차 업황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여름 랠리를 펼쳤던 국내 이차전지 관련주들도 주가가 반토막 난 상태다.
◇ "GM 지분 매각은 전기차 투자 후퇴"
GM은 2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 투자해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건설 중이던 배터리 제3공장 지분을 LG에너지솔루션 측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GM은 공장 지분 매각으로 투자금 약 10억 달러(약 1조4천억원)를 회수하게 됐으며, 지분 매각은 내년 1분기 중 완료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인수 후 구체적 활용 방안은 밝히지 않았으나, 단독 수주 물량 중 일부를 3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계약 건에 대해 GM이 신규 배터리 공장에 대한 추가 설비투자 없이도 단기적으로 전기차 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GM이 전기차 수요 둔화와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 이후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 등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GM이 전기차 투자에서 물러난 가장 최근 사례"라고 봤다.
◇ 노스볼트 파산 쇼크…리튬업체 앨버말도 1조5천억원 순손실
유럽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스웨덴 노스볼트는 지난달 21일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노스볼트는 150억 달러(약 21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를 받고도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 문제 극복에 어려움을 겪다가 전기차 시장 침체란 악재까지 더해지자 결국 버티지 못했다.
파산보호 신청 당시 노스볼트가 보유한 현금은 3천만 달러(약 421억원)에 그친 반면 부채는 58억 달러(약 8조1천억원)에 달했다.
블룸버그는 노스볼트의 최대 주주인 폭스바겐조차 유럽 내 전기차 판매 정체와 중국 사업 악화 등으로 올해 들어 추가 자금조달이나 배터리 구매 계약을 꺼렸다고 전했다.
노스볼트 측은 위기 극복 방안 중 하나로 아시아 기업들과의 협력을 거론했지만,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인 중국 CATL은 노스볼트에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최근 밝혔다.
전기차용 배터리의 주원료인 리튬 가격이 급락한 가운데,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앨버말은 지난달 실적 발표를 통해 3분기 순손실이 11억1천만 달러(약 1조5천억원)에 이르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전년 동기 3억250만 달러(약 4천245억원) 순이익과 대비되며, 로이터통신은 중국 등의 리튬 공급 과잉과 전기차 순요 둔화에 따른 리튬 가격 약세가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이에 따라 국내 이차전지 관련주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7월 고점 대비 34%가량 하락했고, 코스닥 시가총액 2·3위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주가도 70% 정도씩 내린 상태다.
◇ 완성차업체들 생산 속도조절…"살아남으면 과점 강화" 전망도
글로벌 전기차 수요 정체 여파로 완성차 업체들은 잇따라 전기차 생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자동차연구원의 '배터리전기차(BEV) 수요 둔화 속 완성차사별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으나 성장률은 2022년 이후 감소세다.
주요국의 경기 둔화와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이 이유로 지목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45%로 초고속 성장을 해 왔지만 지난해 성장률은 27%로 낮아지는 등 성장이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GM은 지난 6월 올해 전기차 생산량 목표를 기존에 발표한 20만∼30만대에서 20만∼25만대로 하향 조정했으며,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도 내년 1월 5일까지 이탈리아 토리노의 전기차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포드자동차는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을 이유로 2027년 말까지 유럽·영국 인력을 4천명 줄이겠다고 지난달 발표했고, 폭스바겐 계열사인 포르쉐는 2030년까지 전체 생산량의 80%를 순수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지난 10월 사실상 수정했다.
다만 한국자동차연구원 보고서는 한국·중국·일본·유럽의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투자 규모를 확대하거나 유지하는 기조라고 분석했다.
노스볼트 파산 이후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와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의 '빅5' 과점 체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은 탄탄한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2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CATL이 28.5%로 선두를 지켰고, 중국 BYD(비야디) 배터리 자회사 핀드림스도 12.3%로 3위를 유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4.1%로 전 분기(14.7%)보다 하락했으나 2위를 지켰고 삼성SDI(5.7%)는 4위, SK온(3.6%)은 5위를 각각 유지했다. K-배터리 3사 합산 점유율은 2분기 26.1%에서 3분기 23.4%로 2.7%포인트 떨어졌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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