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4천억 넘게 팔며 코스피 2,500선 아래로…금융주 유독 약세
환율은 1,410원대로…당국 시장안정 총력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간밤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소동의 충격파로 4일 국내 금융시장이 종일 크게 출렁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36.10포인트(1.44%) 하락한 2,464.00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1.97% 떨어진 2,450.76으로 출발한 뒤 다소 낙폭을 줄였다.
외국인이 4천90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장을 주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내린 가운데 정치적 혼란으로 직·간접적인 리스크에 노출된 금융회사들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전날 심야부터 환율 급등에 따른 파생금융상품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긴급 회의를 거듭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달러 환율이 10원만 단기 급등해도 일시적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어서 긴장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환율 야간거래 상황 등을 챙겨보느라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스닥지수도 13.65포인트(1.98%) 내린 677.15를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7.2원 상승한 1,410.1원으로 집계됐다.
환율이 주간거래 종가 기준 1,410원대로 올라선 것은 약 2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5.2원 오른 1,418.1원으로 출발한 직후 10분 사이 1,406.2원까지 낙폭을 줄였으나, 이내 1,410원 위로 올라서는 등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전날 야간 거래 장중에는 1,442.0원까지 올라 지난 2022년 10월 25일(1,444.2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외환당국은 시장 개입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지만, 그나마 당국이 심야에 적극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선 덕분에 급등세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는 게 시장 분석이다.
가상자산 원화 시장도 요동쳤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대장주 비트코인 1개 가격은 전날보다 1.40% 오른 1억3천557만2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코인베이스 등 외국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70만원가량 저렴해 '역 김치 프리미엄'이 있는 상황이다. 전날 밤 한때 30% 이상 폭락해 8천826만6천원까지 곤두박질친 것과 비교하면 차이를 크게 좁혔다.
당국은 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외환·금융당국 수장들은 전날 밤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머리를 맞대고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임시 회의를 열고 당장 이날부터 수시로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해 시장에 단기 원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기로 의결했다.
특히 RP 매매 대상 기관 범위를 국내 은행과 외국은행 지점 전체, 투자매매업자와 투자중개업자 전체, 한국증권금융으로 등으로 넓혔다.
이 중 증권사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12곳,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 11곳만 선정했으나 이번에는 61곳으로 대폭 확대했다. 외국은행 지점에도 문호를 활짝 열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 등 시장 안정 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을 되찾아가는 흐름이지만, 정국 불안 추이에 따라 언제든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는 남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빠지는 것은 홍콩의 단기 펀드 자금이고, 뉴욕, 런던 등의 대규모 투자자들은 지금 비중 축소 여부를 논의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런 의사결정의 영향은 보통 2~3일 지나 나타난다"고 말했다.
hanj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