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다시 '국제정글'…미·러·이란·튀르키예 뒤엉겨 활극

입력 2024-12-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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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다시 '국제정글'…미·러·이란·튀르키예 뒤엉겨 활극
반군, 우크라·가자전에 러·이란 약해지자 맹렬한 진격
'나토동맹' 미·튀르키예, 쿠르드 민병대 두고 갈등 재점화
러·이란 거점 잃고 속앓이…한편엔 우크라·반군 전략 제휴도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시리아 내전이 반군의 대반격에 격화하면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글로벌, 역내 강국들의 각축장으로 다시 변해가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독재 정권을 군사적으로 지원해온 러시아와 이란, 정부군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 다양한 반군 집단들을 도와온 미국과 튀르키예의 대리전이 더 선명해지는 모양새다.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내전이 격화한 시리아를 두고 "영향력을 놓고 여러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서로 경쟁하면서 예측이 더욱 어려워진 불안정한 지역"이라면서 "폭력이 들불처럼 번지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시리아 정부군의 배후에는 강대국 러시아와 시아파 이슬람의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이 있다.
2015년 아사드 정권의 요청으로 내전에 개입하기 시작한 러시아는 전투기와 폭격기를 동원해 반군의 진지를 공습하고 있고, 지상에서는 레바논에 기반을 둔 헤즈볼라 등 친(親)이란 민병대가 시리아 정부군 옆에서 반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는 이란은 각각 중동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지역 맹주로서의 기득권 수호를 목표로 시리아 내전에 깊이 개입해왔다.
현재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의 구심은 시리아 북서부에 기반을 둔 이슬람 무장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다.
이 조직이 주도하는 반군 집단들은 지난달 하순부터 친(親)튀르키예 세력과 합세해 시리아의 주요 거점들을 장악하면서 정부군을 상대로 맹공을 퍼붓고 있다.
반군은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과 이들의 배후에 있는 러시아와 이란이 각각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 등으로 피로가 극심해진 상황에서 기회를 포착해 맹렬한 기세로 진격 중이다.
특히 이란이 지난 1년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으면서 시리아의 친정부 무장세력의 배후에 있던 이란혁명수비대 지휘부가 숨지고 이란의 시리아에 대한 무기 공급도 차질이 빚어지자 반군들은 이를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는 것도 시리아 반군에는 큰 호재다.
이스탄불 소재 싱크탱크 옴란전략문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곤경을 언급하며 "아사드 정권에 효과적 지원을 제공하는 능력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반군이 장악한 이들리브와 알레포 등 거점 도시에서는 러시아와 이란이 공습 외에 얼마나 많은 지원을 추가로 제공할 수 있을지 시리아 정권 내부에서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반군들의 배후에는 초강대국 미국과 시리아와 국경을 마주한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 튀르키예가 있다.
튀르키예는 시리아 북서부에, 미국은 북동부에 군대를 주둔시킨 채 다양한 반군 집단들의 대정부 무력 투쟁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특히 국경과 가까운 시리아의 알레포에서 반군인 시리아국민군(SNF)을 돕고 있다. 튀르키예는 오랫동안 시리아와의 국경을 따라 완충 지대를 확장하면서 이 지역에 기반을 둔 둔 쿠르드 무장세력을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 이들의 활동을 막는 데 주력해 왔다.
쿠르드족을 경계하는 튀르키예와 반대로 미국은 시리아 내 쿠르드족과 협력하고 있다.
시리아 주둔 미군은 쿠르드 민병대로 이뤄진 반군 시리아민주군(SDF)을 무장시켜 이들이 극단주의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와 싸우는 것을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쿠르드 반군 지원을 놓고 상호 이견이 있지만 미국과 튀르키예는 시리아 내 작전에서는 충돌을 서로 피하면서 반군들을 지원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인 튀르키예군과 미군은 모두 시리아에서 가끔 시리아 정부군을 돕는 러시아군과 충돌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강대국 힘 겨루기의 한편에서는 시리아 반군들과 우크라이나 간에도 이례적인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리아의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미국 시민단체 '시리아긴급태스크포스'의 무아즈 무스타파 대표는 러시아의 가짜정보 대처와 의료 지원 등에 관한 이슈에서 시리아 반군 조직들과 우크라이나 간 공조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두 민족 모두 조국을 압제와 외부의 침략에서 해방하고자 싸우고 있기에 이들이 협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내부에서도 시리아에 있는 러시아군을 공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와 관련, NYT는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장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을 공격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고 전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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