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재개관] 대성당 복원 약속 지킨 마크롱…지지율 반등은 '글쎄'

입력 2024-12-0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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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재개관] 대성당 복원 약속 지킨 마크롱…지지율 반등은 '글쎄'
납 오염·코로나19 등에 공사 다소 지연됐으나 미션 성공
24% 지지율에 '노트르담 효과'는 기대 어려울 듯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파리의 심장부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 이후 5년여 만에 다시 문을 열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이 현실이 됐다.
애초 예상한 기한인 5년 이내보다는 다소 지체됐지만 대성당 복구에 최대 40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당시 전문가 평가를 떠올리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을 해낸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화재가 난 2019년 4월15일 저녁, 대성당 앞마당을 찾아 프랑스 국민에게 엄숙히 대성당 재건을 약속했다.
그는 당시 "우리는 프랑스 국민이 기다리는 노트르담을 재건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역사가 요구하는 것이며, 우리의 운명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대성당 재건이 단순한 건축물 복원이 아닌 프랑스 국민과 역사적 유산에 대한 존중의 표현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튿날 저녁, 마크롱 대통령은 대성당 재건 약속을 거듭 되풀이하며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재건할 것이 너무나도 많은 건축의 나라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5년 안에 재건해 더 아름답게 만들겠다"며 대성당 재건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5년 이내에 복구를 마무리해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에 맞춰 대성당을 재개관한다는 게 마크롱 대통령의 희망이었다.
일반 시민뿐 아니라 대통령의 측근들조차 '이게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건축·역사 전문가들 역시 대성당 복원에 최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켄트대의 중세유럽사 전공인 에밀리 게리 부교수는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성당 복구에 40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아주 빨리 한다면 아마도 20년이면 되겠지만 한 세대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은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혀 위기를 맞기도 했다.
복구 작업 초반 납 오염 문제가 우선 발목을 잡았다.
화재 당시 첨탑과 지붕이 무너져 내리면서 골조에 쓰인 납도 대거 녹아내려 대성당 주변의 납 오염 우려에 대한 보도가 잇따랐다. 한 환경단체는 화재로 녹아내린 납이 300톤(t)가량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실제 프랑스 보건 당국은 화재 후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노트르담 인근 토양에서 기준치의 최대 67배에 이르는 납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대성당 복구 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안전 조치 확보에 나섰다.
이후 대성당 복원 공사가 재개됐으나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공사가 또다시 두 달 가까이 전면 중단됐다.
공사가 다소 지연되면서 파리 올림픽 이전 재개관이 어려워지자 마크롱 대통령은 성모마리아 대축일인 12월8일을 재개관일로 선택했다. '노트르담'(Notre-Dame)은 프랑스어로 '성모 마리아'를 뜻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성당 재건을 축하하기 위해 7일 저녁 대성당 앞마당에서 기념 연설을 한다. 이날 기념식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등 각국 주요 인사들도 참석한다.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인들에게 대성당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지켰지만 그에 따른 정치적 이익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월 의회를 전격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면서 국내에 정치적 불안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총선 결과 좌파 연합과 극우 세력이 하원 내 주요 정치 세력으로 떠올라 마크롱 대통령의 입지는 더 좁아진 상태다.
집권 여당과 우파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연립 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9월 출범했으나 연말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야당과의 갈등으로 불신임 압박을 받고 있다. 일부 좌파 정당은 정부 해산에 이어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지난 달 말 발표된 오독사 여론조사 결과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24%에 그친 걸로 나타났다. 76%의 프랑스인은 마크롱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집권 여당의 한 인사는 일간 르파리지앵에 "대성당 재개관은 (대통령에게) 아무 효과도 없을 것"이라며 "노트르담은 의회 해산과 정치적 위기를 국민이 잊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한 측근도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대성당이지 마크롱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대성당 재개관이 여론조사에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낮게 봤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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