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압승 등에 업고 '충성파' 위주로 '집권 2기' 초스피드 인선
두 명 낙마에도 인준 불투명 후보 여럿…공화 상원이 '어른의 축' 되나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5 대선 승리 후 폭풍같은 속도로 집권 2기 행정부 인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선일로부터 꼬박 한 달이 지난 4일(현지시간) 현재 트럼프 당선인은 내각과 백악관 등 차기 행정부 고위 당국자 인선을 사실상 완료했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은 물론 집권 1기 때보다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땐 2016년 12월에야 첫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이번 대선이 초접전 양상을 띨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7개 경합주를 모두 이기면서 압승을 거둔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등에 업고 속도감 있게 집권 2기 준비를 이어가는 것이다.
◇ 플로리다·폭스뉴스·개인변호사·가족…'예스맨'만 선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연방 의회 상원의 인준이 필요한 장관 및 주요 직책 후보자는 이날까지 전체 37명 가운데 35명이 지명됐다.
중소기업청장과 백악관 경제자문위(CEA) 위원장 등 2명만 아직 후보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대선 러닝메이트로 차기 부통령이 될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과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 등 상원 인준이 필요하지 않은 자리도 이미 26명이 내정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가장 큰 특징은 '충성파'로 요약된다.
트럼프 당선인 국정 운영 기조의 상징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상을 군말 없이 강력히 추진할 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여기에는 집권 1기 당시 핵심 요직에 배치한 이른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 인사들의 반대와 저항으로 각종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인식이 굳게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특유의 즉흥적이고 과격한 정책을 제어할 가드레일 없이 '초강경 보수' 대선 공약을 그대로 실현할 측근 위주로 요직 배치가 이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다른 인선 특징을 살펴보면 트럼프 당선인이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거주했고, 정권 인수팀이 꾸려진, 마러라고 리조트가 위치한 플로리다 출신이 다수라는 점이 눈에 띈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후보자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팸 본디 법무부 장관 지명자 등이 대표적이다.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성향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와 인연을 지닌 이도 많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후보자, 숀 더피 교통부 장관 후보자,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대사 후보자, 털시 개버드 국가안보국장(DNI) 후보자 등이 폭스뉴스 진행자나 고정 출연자로 활동했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자신과 같은 억만장자들도 포진해 있다. 대표적 인물이 정부효율부 수장에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인도계 출신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로 이들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부터 트럼프 당선인에게 거액을 쾌척하거나 정치자금 모금을 주도한 이들이다.
이들 외에도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후보자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후보자,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후보자 등이 이른바 '부자 내각'의 면면이다.
집권 1기 후반부부터 탄핵에 시달렸고,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적지 않게 사법리스크에 시달려 온 만큼 트럼프 당선인을 변호했던 개인 변호사 출신도 상당수 요직을 꿰찼다.
본디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1차 탄핵 심판 때 변호인단에서 활동했고, 토드 블랜치 법무차관 지명자는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사건, 기밀문서 유출 사건 등에서 수석 변호인을 맡은 인사다.
인선 초반에는 잠잠했지만, 최근에는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족벌 정치' 경향도 보였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물밑에서 '비선 실세'로 활동하는 가운데 최근엔 사돈(큰딸과 작은딸 시아버지)을 잇달아 주프랑스 대사, 아랍·중동 문제 담당 선임 고문 등에 지명했다.
◇ 헤그세스 등 추가 낙마 여부 주목…인준 권한 가진 공화당 상원이 '트럼프 제어'할까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예스맨' 위주로 인선 속도전을 펼치다 보니 비위 의혹이나 자질 부족 등 논란이 되는 인사가 많다는 점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선의 특징이다.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플로리다)은 미성년자 성매수 등 의혹으로 지명 8일 만인 지난달 13일 결국 사퇴를 선언, 낙마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3일에는 마약단속국(DEA) 국장으로 내정된 채드 크로니스터 플로리다주 힐스버러 카운티 보안관이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연방 사법기관 근무 경험이 전혀 없어 국가 차원의 마약 단속 책임자를 맡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미국 조야에선 국방부 장관 후보자인 피트 헤그세스(44) 전 폭스뉴스 진행자가 3번째 낙마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헤그세스를 둘러싸고 과거 성폭력 행위 의혹과 함께 자질 및 경력 부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미 트럼프 당선인이 그를 사퇴시키고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 외에도 여전히 상원 인사청문회 통과가 우려되는 '논란의 인사'는 더 있다.
과거 프로레슬링 미성년 링 보이의 성 학대를 방치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 후보자, 백신과 보건 관련 각종 음모론을 퍼트렸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과거 독재자에 대한 호의적 언행과 정보 관련 업무 경험이 없는 점 등으로 문제가 된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DNI) 후보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경력 부족과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부각된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후보자와, 탈세 등의 혐의로 실형을 산 데다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매형에게 매춘부와 성관계를 갖도록 한 일이 있는 '트럼프 사돈' 찰스 쿠슈너 주프랑스 대사 후보자도 상원 인준 과정에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올해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은 전체 100석 가운데 53석을 확보하며 다수당이 됐다. 여기에다가 밴스 부통령 당선인은 취임 이후엔 당연직 상원의장이 돼 가부 동수일 경우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어 상원의 청문회를 앞둔 주요 보직 지명자들에겐 우호적인 환경이다.
다만, 민주당 상원의원 47명이 모두 반대하고,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 4명만 이탈해도 '49대 51'로 인준이 부결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트럼프 당선인으로선 논란 인사들의 상원 인준 통과를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법무 장관에 지명됐던 게이츠 전 의원이 자진 사퇴할 때 트럼프 당선인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상원에서 인준을 받을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당시 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 수잰 콜린스(메인), 미치 매코널(켄터키), 존 커티스(유타) 등 최소 4명이 게이츠 인선에 완강히 반대하자 결국 게이츠 전 지명자는 중도에 포기해야 했던 것이다.
공화당 상원이 취임 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가능성이 큰 트럼프 당선인을 견제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결국 앞으로 진행될 상원 인사청문회는 집권 2기를 맞는 트럼프 당선인과 의회가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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