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안보당국, 고의도발 아닌 일회성 '과잉대응'에 무게
"러, 서방 동맹 인내심 한계선 시험 중" 우려하는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최근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발트해에서 러시아 선박이 독일 군용 헬리콥터에 총격을 가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베어보크 장관은 다만 해당 사건이 언제, 정확히 어디서,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발사한 탄약이 신호탄인지, 예광탄인지, 아니면 다른 종류인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이와 관련, 독일 북부 지역의 공영방송사인 NDR은 당시 독일 해군 소속 헬기가 시리아 항만 타르투스로 향하던 러시아 유조선을 감시 중이던 발트해의 호위함에서 이륙, 정찰 비행을 위해 유조선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가 총격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타르투스항은 러시아가 지중해에서 유일하게 두고 있는 해군 시설이 있는 곳이다.
NDR은 해당 헬기의 조종사가 선박에서 소구경 탄환이 방출되는 소리를 들었다고 비행 일지에 기록했다면서 헬기 탑승자들은 위험에 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독일 안보 당국은 당시 총격이 고의적인 도발이라기보다는 일회성 '과잉대응'에서 벌어진 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국방부는 작전상의 이유를 들어 논평을 거부했다.
이번 일을 놓고 일부 서방 정보 당국 사이에서는 러시아가 군사적인 대응을 촉발하지 않는 범위에서 어느 정도의 수위까지 긴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서방 동맹의 한계선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독일, 폴란드, 스웨덴, 핀란드와 발트 3국, 러시아 등에 둘러싸여 있는 바다인 발트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이래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곳이다.
특히, 독일과 나토 동맹국은 2022년 9월 발트해를 거쳐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운반하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폭파된 이후 해상과 공중 순찰 범위와 빈도를 늘리며 러시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중순에는 발트해를 지나는 해저케이블 2곳이 느닷없이 절단되면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됐다. 관련국 당국은 당시 주변 해역을 항해하던 중국 선적 화물선 '이펑 3호'가 닻을 늘어뜨려 해저 케이블을 고의로 훼손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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