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밀착하라"…주요기업 워싱턴 전초기지 전열 정비 박차

입력 2024-1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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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밀착하라"…주요기업 워싱턴 전초기지 전열 정비 박차
삼성·SK·현대차·LG·포스코·한화 등 트럼프 2기 출범 대비 가속화
현지인력 전진배치·인력규모 확대도…親트럼프업체와 계약·로비자금 지출 증가세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강병철 특파원 =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한국 주요 기업의 워싱턴 사무소들이 전열을 정비하고 밀착 대응을 위한 대비에 나섰다.
전격적인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2022년), 잇따른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 등으로 미국 정부와 의회의 움직임이 글로벌 비즈니스의 핵심 변수로 부각되면서 본격화한 대(對) 미국 정·관계 활동이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를 앞두고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보편관세 공약을 비롯해 통상·과세 정책의 대변화를 예고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때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겨냥한 고율 관세 부과 계획을 취임도 하기 전에 전격적으로 밝히는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현재 워싱턴DC에는 삼성전자,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에 더해 포스코, 한화 등이 현지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SK의 미국 법인인 SK아메리카스의 워싱턴DC 사무소는 이른바 로비의 중심지인 'K스트리트'에 자리를 잡고 있다. LG는 지난해 F스트리트에 거점을 마련했으며 삼성은 펜실베이니아 에비뉴에, 현대차그룹은 캐피털 스트리트에 각각 소위 워룸(war room·전쟁 상황실)을 두고 있다.
이 지역은 백악관 및 미국 정부 부처, 의회에 근접해 있어 수시로 정관계 인사들과 소통하면서 경제·통상 차원에서의 입법·정책 입안 동향을 파악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나아가 업체들의 인력 배치에서 현지 인력의 비중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미국 정부·의회 인사와의 네트워킹 수요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SK는 지난 7월 영입한 폴 딜레이니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비서실장을 최근 인사에서 SK아메리카스 북미 대관 총괄로 선임했다.
워싱턴 사무소를 이끄는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도 지냈다.
LG는 올 연말 인사에서 워싱턴 사무소를 트럼프 1기 정부 때 백악관의 부비서실장을 지낸 조 헤이긴 소장 단독 운영체제로 재편했다.
레이건 및 아버지·아들 부시 정부의 백악관 등에서도 근무해 '백악관 터줏대감'으로도 불렸던 그는 2022년 합류해 그동안 공동 소장으로 활동해왔으나 이제는 단독으로 대관 업무를 진두지휘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에는 한국에서 파견된 임원이 공동 사무소장으로 같이 업무를 했다.
2020년부터 로버트 후드 전 미국 국방부 법제처 차관보가 이끌고 있는 현대차그룹 워싱턴 사무소는 조직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이를 통해 주요 공약 등을 기준으로 정책 담당자를 육성하고 대응 분석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워싱턴 지상사 관계자는 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대차의 워싱턴 사무소는 규모가 상당히 커지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조직 구조 역시 변화했다. 지난해 8월 만들어진 국제정책실(GPO)을 이끄는 김일범 부사장(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 워싱턴DC를 포함해 글로벌 현안에 대응하면서 기존에 한국에서 파견됐던 임원은 상반기에 복귀했다.
김 부사장에 더해 지난달 인사에서 대외협력·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 등을 총괄하는 그룹 싱크탱크 수장이 된 성 김 전 주한 미국 대사가 워싱턴 업무에도 같이 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가 워싱턴 사무소 소장인 북미법인 대외협력 팀장을 맡고 있다.
본부의 글로벌 대관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를 이끄는 외교통상부 출신의 김원경 사장이 각 해외총괄별로 있는 대외협력팀의 대관 업무를 관장하면서 워싱턴과도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역시 워싱턴DC에 미국 대관 업무를 위한 조직을 운영하면서 북미 지역 방산시장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에 록히드마틴 출신의 방산 분야 베테랑인 마이클 스미스 씨를 새 법인장으로 영입했으며 최근에는 아프가니스탄 참전 장교 출신의 한인 2세 제이슨 박(한국명 박제선) 전 버지니아주 보훈부 부장관을 대외협력 시니어 디렉터로 채용했다.
한화는 지난해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이었던 시절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대니 오브라이언 폭스코퍼레이션 수석부사장을 한화큐셀 북미법인 대관 담당 총괄로 영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정부·의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워싱턴DC로 미주법인 사무소를 옮긴 포스코는 최근 자문업체인 미국글로벌전략(AGS)과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AGS는 트럼프 1기 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이 회장으로, 트럼프 정부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관여하기도 했던 앨리슨 후커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선임 부회장으로 있다.
2기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주요 기업의 대(對)미국 로비 비용도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로비자금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 1~3분기에만 569만 달러(약 81억원)를 지출, 지난해 한 해(630만달러) 로비 비용에 근접했다.
지난해 433만 달러(약 62억원)를 쓴 SK는 올 1~3분기에 이미 423만달러를 지출했으며 LG의 1~3분기 로비 비용(51만달러)은 지난해(24만달러)의 2배 이상을 기록했다.
다른 지상사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인선이 인준 절차까지 마무리되면 주요 기업들의 대관을 위한 '정밀 네트워킹' 및 정책 동향 파악 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sol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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